[김영순의 '문화터치']미디어아트와 광주관광
2021년 12월 02일(목) 19:32
김영순 광주문화재단 문화융합본부장
한 때 로마가 부러웠고 파리가 부러웠다. 가만히 있어도 그 도시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물밀 듯 쏟아져 들어가 쏘다니며 돈을 쓰고 다니는 진풍경이 여기저기서 연출되곤 했다. 다들 입을 모아 조상을 잘 둔 덕이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게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다. 얼추 15년 전 필자가 로마를 찾았을 때 그런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깃발 아래 각국의 관광객들이 떼거리로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 스페인광장, 트레비 분수 등을 몰려다니곤 했다. 그 광경에 떠억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로선 대한민국엔 그런 날이 올 성 싶지 않았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관광대국으로 불리우는 나라와 관광명소로 유명해진 곳만이 관광지로 각광받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유명관광지를 섭렵하려 한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적잖은 마니아급 관광객과 탐방객들이 생겨났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테마를 찾아 떠나거나 오지탐방을 하곤 한다. 테마도 다양하다. 생태, 미술관, 걷기, 유적, 작가고향 등 수많은 테마관광으로 전 지구촌이 관광지가 될 준비가 마쳐졌다. 물론 코로나19 이전 상황이다. 관광의 컨셉이 확 바뀌었고, 관광의 판도 역시 상당히 변했다. 대한민국도 전 세계에서 즐겨찾는 관광국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앞서 거론한 것 외에도 또 다른 요인이 있긴 하다. K-한류의 세계적인 급부상으로 대한민국에 오고 싶어하는 팬덤의 형성도 크게 작용했다.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한국과 한국의 문화에 경도되어서일 게다.

그렇다면 광주는 어떠한가. 광주는 이제 시작단계다. 위드코로나로 접어들면서 손님맞이를 서두르고 있는 지금, 돌아볼 일이 있다. 우리 스스로 광주에 대해 관광지로서의 자신감이 다소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광주에서 가 볼만한 곳은 어디인가요”라고 물을라치면 광주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대답이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너무 겸손한 미덕을 가진 탓이다. 그러나 꼭 그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좋은 것을 갖고 있는지를 잘 모르는 이유도 있다. 더 이상 크고 웅장한 것만이 관광대상이 아니다. 우리에게 로마의 콜로세움, 북경의 자금성과 만리장성이 없어도 고난을 극복하고 오늘을 만들어낸 우리의 생활문화가 곳곳에 있고 거기에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깃들어있다. 그걸 보고 싶어하는 세계인들이 있을 법하지 않는가.

최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관광거리가 없노라며 망연자실하고 있지 않다. ‘예술관광’을 캐치프레이즈로 문화도시 광주의 내실을 관광자원으로 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거기엔 최근 출범한 광주관광재단이 한 몫을 담당했다. 또 있다. 광주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다. 내년 봄 개관할 예정인 AMT(Art Media Technology) 센터가 미디어아트도시로서의 내실을 다지며 밖으로의 원심력을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5·18민주광장 분수대 일원을 미디어아트로 꾸미는 ‘빛의 분수대’를 비롯해 ‘빛의 로드’ 도심야간관광, 미디어어 테마 콘텐츠 체험관광 플랫폼, 체험형 야간 관광 프로그램 등 문화전당권역 도심관광 활성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거기다가 금남로와 전당권을 첫 시작으로 AMT 센터와 광주공원 일대, 그리고 사직공원까지 미디어아트로 조형적 아름다움을 뽐내게 될 미디어아트창의벨트사업이 속속 진행될 터이다. 그 외에도 가깝고 먼곳에서 광주 프린지페스티벌, 무등울림축제, 빛고을광합성프로젝트, 광주비엔날레 등이 광주관광의 마중물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동구의 ‘빛의 로드’는 국비 포함 190억원이 들어가는 도심야간관광의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관별로 각자도생하는 것보다는 한데 어우러진다면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얼마 전 동구청은 유관기관회의를 열어 뜻을 결집했다. 이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가 미디어아트로 빛을 밝히려 한다. 예술관광, 미디어아트 관광으로 시각적 유쾌함과 소소한 재미를 부여해 기존의 관광대국이 결코 부럽지 않은 광주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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