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이것이 문제다. 그래서… / 정해웅

2021년 12월 08일(수) 19:34

정해웅 광주숭일고 교장

고교학점제, 정시 40% 확대선발, 약대 신설, 교차지원, EBS 연계율의 변화, 2024학년도 자기소개서 폐지, 지역인재전형의 확대 등 대학입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수시모집 인원의 감소와 정시모집 인원의 증가는 고등학교 교육방향 선정과 너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수를 고려하면 정시모집 인원은 45%에 이를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수시모집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수능 최저등급을 고려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수능에 반영되지 않는 진로선택과목 시간에 학생들은 수능에 대비한 공부를 하고 있다. 현장 선생님들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이것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알고도 묵과하는 것일까?

2022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불수능을 넘어 마그마수능이었다. EBS 연계율의 감소와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저하된 재학생의 학력과 고교학점제와 수능 체계의 부조화가 만든 고통이 학교, 선생님, 학생, 학부모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수능시험 국어와 수학에 선택과목이 도입되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능등급과 표준점수에 유불리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이 아니라 더 높은 등급과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재수생이 더욱 양산되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교육제도로 회귀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모두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접점과 조화를 찾아야 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와 수능, 수시와 정시 등의 대학입시제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학교와 학생은 변화된 체제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적응해야 한다.

첫째,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에 맞춰 학생의 진로희망에 부합한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고 안내해야 한다.

동시에 의예, 치의예, 한의예, 약학 등의 관련과목인 생명과학과 화학으로 쏠리는 현상을 어떻게 적절하게 대처할 것인지와 미래산업에 꼭 필요한 분야의 교과목을 개설하고 선택하도록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학생 상담과 더불어 학부모 상담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전형과 전공가이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실천해야 한다.

둘째, 학교와 학생들은 기본, 심화, 자기주도학습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EBS연계 비율의 감소는 문제를 외워서 풀어내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척도다. 2021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의 비율은 12.66%였다. 그러나 2022 수능 영어 1등급의 비율은 2021에 비해 절반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 3학년은 6월과 9월 모의고사는 평가원에서, 3월, 4월, 7월, 10월은 서울, 경기, 인천 교육청에서 출제하는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 6월에 앞서 4월 즈음에 평가원 모의고사가 더 있으면 한다. 또한 1, 2학년도 1년에 한 번이라도 평가원에서 모의고사를 출제하고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평가원의 문제와 난이도를 알려주고 대비하도록 해주는 것을 제안해본다.

셋째, 학교와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세부특기사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더 이상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칸막이는 없다. 인문사회과학에 관한 기본소양,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학생 참여형 수업을 강화해야 한다. 각 교과별로 핵심역량이 있다. 그것을 고려한 수행평가, 발표, 토론 등 수업 형태의 변화와 교과세부특기사항 작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1학년 때는 과목의 기본 및 심화를, 2학년 때는 교과(군)이 유사한 과목들 간의 심화 및 통합을, 3학년 때는 교과(군)이 다른 과목들 간의 창의융합을 유발하는 수업과정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현재 고등학고 1학년이 치르게 되는 2024학년도 대입전형 수시에는 자기소개서가 없다. 또한 추천서나 학교소개자료도 없다. 그렇다면 학교와 학생은 교육과정, 수업, 학교생활기록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만을 탓할 수는 없다. 교육부에게 현행 교육과정 및 대입제도의 문제점들을 재고하라고 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와 동시에 대학, 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명 이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