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 민형배 국회의원

2021년 12월 09일(목) 19:35

민형배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광산구을)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것처럼 확정하여 말한다.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하지도 않고 기계적인 갈라치기, 양비론식 의견을 내 놓는다. 정치과정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한 채 인물에 대한 역량을 진단한다. 광주매일신문 12월 2일자 김희준 변호사의 칼럼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하나씩 살펴본다. 따옴표 인용 문장이 김 변호사의 말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사건으로, 윤석열 후보는 고발사주 등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 이 후보가 수사를 받겠다 해도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야당이 특검을 주장했다. 이 후보가 특검을 받겠다고 하니, 지금은 특검 이야기가 쏘옥 들어갔다. 야당의 특검 주장은 진실에는 관심 없는 정치공세였다는 사실만 확인된 셈이다. 또, 특검을 해봐야 불거져 나오는 건 검사 출신들의 돈놀이 밖에 없을 것이니, 대장동 사건은 야당 측이 이미 포기해버린 정치이슈가 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 변호사는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 사실을 엄중히 다뤄야 하는 법률가의 태도로 적절치 않다. 그 허위사실을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고발사주 건과 동일한 무게로 저울질까지 했다. 윤석열 후보와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부인과 장모 관련 수사 건까지 말하지는 않겠다. 김 변호사가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지금까지 보수는 경제와 미래를, 진보는 공정과 정의를 핵심가치로 주장해왔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정반대 양상이다.”

이재명 후보가 경제와 미래를, 윤석열 후보가 공정과 정의를 핵심가치로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두 후보 모두 예외 없이 경제와 미래,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강조’가 아니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세부적인 내용이 경제와 미래,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윤석열 후보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 폐지를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윤 후보는 또 ‘무지가 부른 재앙’이라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심지어는 전두환을 옹호하는 발언까지 했다. 더 많은 사례가 있지만 이 정도만 제시한다. 요지는, 윤 후보가 내세운 어떤 정책에 경제와 미래, 공정과 정의가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김희준 변호사가 알려주면 좋겠다.

“(이재명 후보는) 촛불혁명으로 불리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운동에서 사이다 같은 연설로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갑자기 급부상했다. …(중략)…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까지 된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여 기간 동안 얼마만큼 놀라운 정책들을 추진했고, 시도민들에 이어 전국민의 호응까지 얻었는지를 일일이 말하지는 않겠다. 한 때의 짧은 발언으로, 어느 시기의 인상적인 행동 한 두 가지 덕분에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다고 보는 김 변호사의 시각을 걱정할 따름이다.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호수 위에 백조가 우아해 보이고, 부유하는 빙산 조가리가 만만해 보일 수 있다. 부탁컨대 김 변호사가 수면 아래를 면밀히 탐색했으면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야 대선후보라면 더욱 그렇다. 숱한 고뇌와 열정의 시간이 있었을 것인데, 단지 머리가 좋아서 별 노력도 없이 ‘사시 패스했다’고 말한다면 김 변호사는 인정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거꾸로, 수능수험생들에게 구수를 했다고 스스로 밝힌 윤석열 후보에게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면 정당하겠는가.

제도로서 민주주의는 주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의견의 총합으로 공동체가 갈 길을 정한다. 의견은 처음부터 저절로 있지 않다. 여러 사실들을 전달받아 형성되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 의견이다. 까닭에 민주주의가 중요한 가치로 보호하는 것이 주권자의 ‘알 권리’이다. 알아야 의견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넓게 허용되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도 ‘알 권리’라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주권자가 알아야 할 것은 사실이지 거짓이 아니다. 거짓은 의견이라는 유기체를 병들게 하여 주권자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든다. 민주주의에 유해하다.

또 사실에 부합하는 의견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다루는 윤리적 태도가 있다. 특정 사실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것, 사실을 둘러싼 맥락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행위 또한 건강한 의견 형성을 해친다. 역시 민주주의에 유해하다.

김희준 변호사는 23년 동안 검사로 일했다. 누구보다 사실을 엄중히 다뤘을 것으로 짐작한다. 검사직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방송출연, 언론기고도 활발해 보인다. 주권자의 의견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사실의 중요성을 무겁게 여기고 의견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말과 글에 좀 더 신중하면 좋겠다. 김 변호사가 칼럼 마지막 문장에 썼듯이 “국민들의 한 표 한 표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