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 김병도

2021년 12월 12일(일) 18:57

김병도 前 대통령소속자치분권위원회 전문위원

최근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고향사랑 기부금’은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세금인 ‘고향세’가 아니다. 고향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재원 확보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추후 헌법개정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고향세’법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오늘은 현행 ‘고향사랑 기부금’법 제정 배경과 목적을 알아보자. 그리고 실효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선제적 준비를 당부하고자 한다.

고향세가 정치권에서 거론된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이 이 제도를 만들어 실행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고향세는 도심에 살고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도시민이 원하는 지역이나 고향의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세 혹은 기부금을 내고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해주는 납세제도다. 즉 납세자가 별도로 추가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기존에 내던 세금 중 일부를 지역을 위해 기여하는 방식이다.

지방세 일부를 고향에 낼 수 있게 하는 일본의 고향세와 대한민국의 고향사랑 기부금은 명백히 다르다. 그래서 우리의 경우는 세금이 아닌 ‘기부금’이라서 ‘고향세’라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경우에는 2020년 고향세가 7조원을 넘겼다. 자주재원이 낮은 지방으로 세수가 이전되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지역특산물로 답례품까지 제공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를 더했다.

이번에 제정된 고향사랑 기부금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제공받거나 모금을 통하여 취득하는 금전’을 말하고, 제정 목적은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법 제11조에는 고향사랑기금의 설치와 사용 목적을 명확히 했다. 기부금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용을 위해 기금을 설치해야 하며 3항의 운용비용을 제외하고는 다음의 4가지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첫째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 및 보호, 둘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셋째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넷째 그 밖의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이다. 제4항에서는 관리 및 운용 등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법 시행일은 2023년 1월 1일이다. 조례설치가 필요로 하는 지방자치단체는 토론회 등을 통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잘 준비해야 한다. 현재는 법률이 통과되어 대통령령을 준비 중이다. 향후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설치해야 한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기금 설치와 효과적인 운영을 잘 준비하기를 바란다. 실효를 거두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 참여자’를 확보하는 일이다. 노력의 결과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상생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향사랑 기부금’이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