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 건물붕괴 추모사업 시민 공감 선행돼야

2021년 12월 13일(월) 19:04

광주시가 지난 6월9일 발생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 철거건물 붕괴와 관련, 추모 사업을 추진한다. 추모행사와 공간을 마련해 불의의 사고로 숨진 희생자를 애도하고 안전의식을 높이겠다는 의도인데, 지역사회의 여론을 모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내년 1주기를 시작으로 당일을 시민 추모일로 지정해 매년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지원 조례 등을 개정해 법제화할 예정이며 현재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장소는 당시의 현장 일원을 검토 중이고 행사 주관, 시행 방법, 추모 기간 운영 등 세부 내용과 절차는 추후 확정할 방침이다.

추모공간은 인천시 부평구의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전남 진도군의 기억의 숲, 광주 광산구의 강원도 소방헬기 추락 추모공간 등 기존 사례를 참고해 조성한다. 관련 조례를 제·개정해 근거를 만들고, 민·관 협의체를 구성한다. 언론이 보도한 기사와 사진, 영상 등을 수집해 기록물 보존·전시 사업도 펼친다. 희생자들이 마지막 순간을 보냈던 공간인 ‘운림54번’ 시내버스 차체의 영구 보존도 추진된다. 이밖에 피해자 권리구제를 위한 변호사 선임 비용과 유가족 구호금 지원,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 지침을 강화하는 조례 마련 등도 포함했다.

광주시가 ‘6월9일’을 추모일로 지정하고 시내버스를 보존하는 등 시민과 함께 기억의 공간을 만드는 것, 마땅히 환영할 만 하다. 하지만 폭넓게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 합당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아울러 붕괴 사고 원인 제공자인 시공사와 관계자에 대한 재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철거 공사 전반의 비위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황망히 떠나보낸 유족들은 여전히 그 날,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 광주시는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안전한 도시 실현에 더욱 힘써주길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