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문화살롱]연출가 유형민이 바라보는 공연문화예술 역할 “감동 할 줄 아는 사람이 감동을 줄 수 있다” 순수예술 인적기반 활용, 전문적인 예술 지원시스템 구축해야 시대, 세대, 장르 넘어선 소통…광주만의, 광주다운 문화 창출

2021년 12월 14일(화) 19:12

창작이라는 영역에서 부딪히는 고뇌, 그리고 그 고통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알에서 새 생명이 깨어나듯 점차 빛을 발하는 창조물은 제작자에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문화예술 창작과 제작의 영역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이 시대의 예술가 유형민을 만나본다.

‘꿈을 꾸는 자는 아름답지만 꿈을 실천하는 자는 행복합니다’라는 고려대 장청덕 교수의 외침과 같이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안주할 수 있는 평탄의 길, 연주가에서 이제는 창작의 산실인 연출가로 변신을 꾀한 그녀는 시대정신인 문화융·복합을 표방하며 다양한 예술의 브릿지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공연 중 무대를 조율하는 유형민 연출가.

유형민은 예술가들이 평생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색과 의지가 투영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녀는 이러한 작업 진행 중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큰 벽이 생기거나 창작 창고가 열리지 않으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력을 얻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다고 한다.

필자와 인터뷰하는 유형민 연출가.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관람을 통해, 책이나 사진으로만 봤던 작품을 실제로 보면서 묘한 전율을 느꼈으며, 그것은 시간의 간격을 뛰어넘어 작가의 예술혼이 담긴 작품을 통해 얻는 감동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감동이 주는 영감은 여행 중 만나는 무명 작가의 작품들에서도 느껴지기도 하며, 미(美)에 대한 사유의 감정이 통할 때 시대와 시간을 넘어 진정한 예술과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전한다.

감동을 할 줄 아는 사람이 감동을 줄 수 있다. 예술가는 삶에 영감을 주는 위대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감동에 담긴 소통 능력은 사회의 빛이 되며 이러한 일들을 통해 예술가 자신은 삶의 존재에 대해 깊은 철학적 인지를 해오며, 다양한 감당의 헤게모니를 생성해가며 세상을 바라본다.

유형민은 기획과 연출은 한 몸이라고 이야기한다.

연출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 즉 얼굴을 담당한다면 기획은 그림자처럼 무대 뒤에서, 무대가 오르기 전과 후, 그리고 전체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각기 전문 분야로 나누기도 하지만 총괄적으로 보는 시선이 맞다고 전한다. 기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과의 일이 우선이며,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좋은 관계 성립에 있을 수 있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지금까지 항상 자신의 옆에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어서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기획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으며, 사람의 연결 안에 자신이 넣은 조그마한 기운이 불가능할 것 같은 모든 일을 퍼즐을 맞추듯 완성된 작품이 탄생된다고 한다. 그것들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얻는 희열이 자신을 지금까지 버티게 하는 에너지의 근원이라 전한다.

연출가 유형민은 광주를 너무나도 사랑하며 그러하기에 항상 이 지역의 문화예술계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광주는 순수예술의 인적 기반이 비교적 단단한 도시이지만 그에 비하여 예술 지원시스템이 전문적이지 않다 전한다.

광주는 혁신을 이야기하며 미디아트 등 다양한 융합예술분야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와 지원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순수예술의 기반이 흔들리면 미디어나 A.I,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에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점을 생각해서 지켜야 하는 순수예술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젊고 창의적인 예술가 집단을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 전한다. 또, 그녀는 광주의 문화 예산에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전시와 창작공연 예술의 ‘메이드 인 광주’ 정책 수립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유형민 연출가가 2021년 무대에 올린 작품 ‘이혼소동’ 공연 모습.

광주시민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광주를 주제로 하는 작품에 광주 예술인이 없는 모습과 지역민 역시 작품 향유를 함께 하지 아니함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광주가 막연한 중앙중심적 사대주의에서 탈피해야 문화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 전한다.

유형민은 성장해가는 후배 예술가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우리 예술인들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해야 하며 관객이나 청중들은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기에 그들의 요구에 따라가기보다는 주체적인 입장으로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전한다. 그러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다른 예술분야에 대한 이해와 교류에 소홀하면 안 된다고 전언한다.

수동적 창작행위를 탈피하고 관객이 찾는 작품을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예술인만을 위한 예술은 지양하고, 예술적인 측면과 상업적인 측면의 균형감을 가지는 예술인이 돼야 한다 전한다.

그녀에게 예술은 소통이다.

시대와의 소통, 가깝게는 몇백 년 전 과거와의 소통,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의 소통, 감정과의 소통, 사회와 사람과의 소통이다. 소통인 동시에 아름다움의 사유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맛과 멋을 전하는 삶을 사는 것이 그녀의 예술관이다.

시대정신인 ‘소통’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매개 역할을 한다.

소통하는 연출가 유형민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연결하고 그 결과물인 감동을 우리와 함께 향유한다.

그녀는 광주가 문화 중심도시로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고 시대 정신을 담는 큰 그릇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또한, 코로나 시대 끊어져 버린 사회구성원의 관계를 다시 이어줄 소통과 그리고 회복의 매개로 문화예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Tip 연출가 유형민은…

오페라 특강중인 연출가 유형민.

<최철·조선대 문화학과 초빙 교수>

성악 전공으로 전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아리조나 대학과 워싱턴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콩쿨입상했고 Amelia Riehmann 오페라콩쿨우승,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콩쿨 연속 3년 주대표우승, UA 콩쿨 우승등 다양한 콩쿨수상 외에 리조나 오페라 길드에서 선정한 차세대를 이끌어갈 3인의 소프라노로 선정 받으며 촉망받는 연주가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오페라 라 보엠, 라트라비아타, 로미오와 줄리엣등 30여편 주역, 16회의 독창회와 체코 프라하 필하모닉, 프라임 필, kBS 교향악단 등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과 국내 주요 대학에서 강의를 해오며 중견 성악가로 인정을 받아왔다.

제29-31회 광주음악제 총 연출, 오라토리오 빛고을 총감독, 창작쥬크박스 오페라 ‘우리집에 웬수가 산다’의 대본과 연출, 오페라 ‘이혼 소동’ 제작과 연출 등 다양한 작품의 기획, 제작, 연출로 새로운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