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확충 없는 행정명령, 의료 현장 ‘아수라장’ 전국보건노조 전대병원 지부, 병원·중수본 규탄 기자회견 전남대병원 소아중환자·뇌졸중집중치료실 간호 인력 부족 심각 인력 확충 없이 ‘위드 코로나’ 불가…대기 경력 간호사 투입 시급 안재영 기자

2021년 12월 14일(화) 20:06

14일 오전 11시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보건노조 전대병원지부 노조원들이 의료인력 준비 없이 진행된 ‘위드 코로나’에 점점 지치고 무너져만 가는 의료진의 현장 상황을 퍼포먼스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안재영 기자

“전남대병원은 근무 당 간호사 수 축소 행위 중단하라! 비코로나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 보장하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전남대학교병원지부(이하 전국보건노조 전대병원지부)가 충분한 의료인력 준비 없이 강행된 위드 코로나 대응 결과로 비코로나 환자의 치료문제와 간호인력 대비 부재 관련해 전남대병원과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규탄했다.

전국보건노조 전대병원지부는 14일 오전 11시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수본은 코로나19 환자 병상확보 중심의 행정명령에서 벗어나 간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안을 행정명령으로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최권종 지부장은 “2년째 계속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버티던 가운데 정부가 위드 코로나 선언을 하면서 환자 급증을 고려, 병상가동률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실상 중수본은 병상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대병원은 기존 학동 전남대병원에서 코로나중환자실 9병상, 준중증환자병실 7병상을, 화순전남대병원은 코로나중환자실 및 준중증환자병상을 12병상으로 유지해 오던 가운데 지난 11월 중수본은 병상 추가 설치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본원(학동 전남대병원)은 16병상을, 화순전남대병원은 9병상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지난 6일부터 소아중환자실과 뇌졸중집중치료실이 각각 8병상에서 4병상으로 축소되면서 비코로나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대병원 소아중환자실은 광주·전남의 유일한 어린이병원 중환자실로 주로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에크모(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 속에 투입하는 의료장비), CRRT(체외 혈액정화요법의 하나로 주로 급성신부전 등의 중증 환자에게 24시간 연속으로 혈액에서 수분제거, 전해질균형 보정, 노폐물 제거를 시행하는 방법) 등 다른 곳에서 치료받기 불가능한 소아 중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전국보건노조 전대병원지부에 따르면 전남대병원은 병상가동률이 낮다는 이유로 운영 병상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2명의 간호사가 도저히 환자들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3명의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을 2명이 맡게 되면서 1명의 소아중환자가 CPR이라도 나면 다른 소아중환자는 긴밀하게 돌볼 수 없게 됐다. 또 1명의 간호사는 약국, 임상병리 검사실 등을 끊임없이 가야 하는 탓에 의료 인력이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는 물론 환자들이 충분히 누려야 할 서비스의 질마저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뇌졸중집중치료실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높은 사망 원인 중 하나인 급성기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는 곳으로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을 경우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과 장애 감소가 가능하다.

뇌졸중 중환자는 인지, 언어, 움직임, 시력 등의 여러 장애가 나타나고 있고 그 증상에 따라 바로바로 영상검사, 시술 또는 수술에 들어가야만 한다. 그 탓에 숙련된 간호사가 환자의 산소포화도, 심전도, 신경학적 변화 등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낙상 위험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보건인력 축소로 현재 1명의 간호사가 4명의 뇌졸중 중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지금 호남 최대의 상급종합병원이라는 곳에서 뚜렷한 대책 없이 문을 두 번이나 열고 나가야 하는 외상중환자실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비상식적인 대응 지시를 대책으로 내놓았다.

이렇듯 의료인력 확충없이 병상확보에만 치우친 행정명령에 비코로나 환자의 치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전국보건노조 전대병원지부는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시기에 공공기관이자 국립대병원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하면서도 호남의 중추역할을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꼭 해야 하는 비코로나중환자의 치료 또한 너무나 중요하고 절박하다고 토로했다.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 김혜경 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세는 물론 사망자도 역대 최고인 지금 보건인력 확보가 시급하지만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려 하고 있다”며 “인력이 없으면 아무리 병상이 확보되더라도 의료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국보건노조 전대병원지부는 위드코로나 시대 전남대병원의 간호인력에 대한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 김혜경 본부장은 “전남대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간호인력을 충분히 교육시키고 기존의 인력을 잘 유지할 수 있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환자가 줄어들면 다시 다른 곳으로 파견을 보내는 등 간호 인력의 피로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2년이 다 돼가지만 전남대병원은 아직도 땜질식 대응을 계속하고 있고 2022년 공개채용을 통한 경력간호사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장 투입 전 교육마저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코로나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인력을 즉각 교육시켜야 하고 중환자에 대한 간호인력 축소 방침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열변했다.

끝으로 이들은 중수본에 코로나19 환자 병상확보 중심의 행정명령에서 벗어나 간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안 제시와 전남대병원 측에 간호대기 인력 중 경력간호사를 선별해 우선적으로 간호 현장에 투입해 위드 코로나로 인한 환자 증가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