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박물관, ‘고려음’ 특별전 개최 고려인들의 차와 술 문화, 그 시대 청자로 들여다보다 중앙박물관 등서 최고급 소장품 250여점 대규모 공수 전시 이해 돕는 움직이는 옛 그림·제다법 영상 배치도 내년 3월20일까지 최명진 기자

2021년 12월 15일(수) 19:08

국립광주박물관이 ‘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 고려음’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옛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차와 관련된 모습들을 통해 다구를 기능별로 모아 전시하고 있다.

“우리 생에 무엇이 남는가? 오직 차 마시고 술 마시는 일이라네.” (고려시대 백운거사 이규보의 시 구절 중)

고려인들이 향유한 차와 술 문화 그리고 그들의 삶이 담긴 청자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내년 3월20일까지 ‘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 고려음 高麗飮’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도자를 주제로 한 첫 번째 특별전으로 청자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 쓰임새에 대한 이야기까지 풀어놓고 있다.

고려시대 차와 술은 국가의례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를 마시고 즐기는 과정에서 다구(茶具)와 주구(酒具)가 필요했다.

차와 술 문화는 왕실 귀족, 사찰의 승려, 관료 문인 사이에서 유행했으며 고려의 발전된 기술로 세련미 넘치는 다양한 청자 도구들 또한 제작됐다.

특히, 청자로 제작된 다기(茶器)와 주기(酒器)는 비색청자, 상감청자로 제작돼 고려시대의 왕실과 귀족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다. 최상급의 고려청자는 색과 조형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차와 술을 마시기에 적합한 기능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국 국립박물관과 유관기관이 소장한 도자기 중 다구(茶具)와 주기(酒器) 250여점을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움직이는 영상으로 표현한 옛 그림을 전시품과 함께 배치하고, 재배한 차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마련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려음’ 전시 전경(왼쪽)과 청자 주자와 받침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국립광주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유물들을 전부 조사해 관련된 요소들을 수집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역사 문헌이나 옛날 그림, 벽화 등을 고증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전시는 총 4부로 차와 술 문화를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1부에서는 같은 시기 중국 그림이나 벽화 자료를 활용해 고려청자로 제작된 차와 술에 관련된 도구와 그 사용법에 대해 들여다본다.

2부는 전성기를 맞은 차 문화와 다기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 고려 12-13세기에 가장 기술적으로 발달한 청자는 최상의 공예품으로 제작됐다. 이러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차와 관련된 다양한 도구가 전시돼 있다.

3부에서는 시기적 상황과 취향에 따른 청자 주기의 흐름과 주류의 변화가 이를 담는 도구에 미친 과정을 담았다. ‘시가 새겨진’ 도자기들을 살펴보고, 술이 담긴 병과 술잔에 적힌 문자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풍류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완성도가 뛰어난 명품들은 전시장 중앙 별도의 공간에서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고려 왕실 귀족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사람이 복숭아를 받치고 있는 화려한 형상의 주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머리 위 쪽에서 술을 넣고 복숭아에서 술이 나오는 방식의 청자 사람 모양 주자다. 현실에서 보기 힘들 법한 용의 얼굴과 거북이의 몸 형상을 지닌 화려한 형태의 청자 거북 용모양 주자 등도 매력적이다.

4부는 무덤에 함께 묻힌 차와 술에 관련된 도구들을 다룬다. 고려시대에는 신분에 따라 무덤의 규모와 부장품의 종류가 달랐는데, 부장품 중 가장 많이 확인되는 것이 청자다. 당시에도 매우 귀하고 값비싼 물품으로 취급되며 왕릉과 귀족의 무덤에 주인과 함께 묻혔다. 고려인들의 차와 술에 대한 생각과 그 시대 청자가 지니는 의미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명지 학예연구사는 “고려시대 차와 술 문화의 양상을 소개해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청자의 새로운 면모를 소개하고 우리의 음료 문화 역사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국의 최고급 소장품들이 대규모로 소개되는 자리로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전시회니 광주 시민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