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쌀 재고 ‘눈덩이’ 쌀값 하락 지속 우려 36만1천t 쌓여 전년比 61%↑ 생산량도 10%↑ 농민들 ‘시름’ 정부는 ‘뒷짐’…‘시장 격리’ 절실 임후성 기자

2021년 12월 15일(수) 20:03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전남 쌀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쌀값이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과잉 공급 물량 시장 격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남도와 정치권의 지속적인 시장 격리 요구에도 정부가 부정적 입장 만을 고수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올해 전남지역 벼 재배 면적은 15만4천350㏊로 전년 대비 795㏊(0.5%) 감소한 반면, 예상 생산량은 76만5천t으로 전년보다 7만7천t(11.1%)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전남지역 조곡 재고는 36만1천t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4천t보다 13만7천t(61.2%) 많은 양이다.

올해 국내 쌀 생산량도 388만2천t으로 지난해 350만7천t보다 10.7%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쌀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80㎏ 기준 산지 쌀값은 지난 10월 초 22만7천212원에서 12월 초 21만344원으로 2개월 만에 1만5천원 이상 급락했다. 이는 올해 월 평균 쌀값 중 가장 낮은 금액이다.

또한 신곡 수요예상량 감안 시 30만t 이상의 공급 과잉이 예상돼 현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회복시킨 쌀값 폭락과 쌀 농가의 소득 불안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쌀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공익직불제가 도입됨에 따라 개정된 양곡관리법과 관련 고시에는 신곡 수요량 초과 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3%(올해 11만6천t)를 초과할 경우 과잉 생산물량 시장격리가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 올해 쌀 생산량은 전년보다 10% 가량 초과 생산될 것으로 전망돼 시장격리 격리 요건은 이미 갖춘 셈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현재의 쌀값이 높은 수준인 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쌀값이 아직 높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수확기 쌀값 때문이다. 최장 기간 장마와 태풍으로 수확량이 급감한 지난해 쌀값은 평년(20㎏ 4만원)보다 30% 넘게 상승해 한때 5만5천원을 넘어선 바 있다. 이에 비교하면 올해 12월 5일자 쌀값(5만2천586원)만 보더라도 격리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정치권과 농민들을 중심으로 쌀 시장 격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전남도의회는 이날 열린 제35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수확기 쌀 생산량 증가 물량 시장격리 촉구 건의안’을 최종 채택했다.

이혜자 의원(더불어민주당·무안1)은 “초과 생산량이 8%로 시장격리 요건을 갖춘 만큼 정부는 하루속히 쌀 수급 안정 장치를 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전날 “쌀값은 ‘농민 값’이라 부를 정도로 농산물의 대표 가격이며 농민의 희망이다. 농민이 제값을 받아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신속한 쌀 27만t의 시장 격리를 강력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청와대 인근에서 전국 140개 농협 조합장을 비롯한 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 등 360여명이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는 총궐기대회를 가졌다. 이날 대회에는 전남 조합장 55명 등 94명도 참가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수확기 이후 쌀 가격은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 등 구곡재고가 바닥나 보통 쌀값이 오르는 시기에 역으로 쌀값이 떨어지는 ‘역계절 진폭’이 우려된다”며 “초과 물량에 대한 정부의 시장격리와 같은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