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쌀 재고 쌓이는데 계속 뒷짐만 진 정부

2021년 12월 16일(목) 18:10

쌀이 넘쳐나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주산지인 전남지역 벼 재배 면적은 15만4천350㏊로 전년 대비 795㏊(0.5%) 감소한 반면, 예상 생산량은 76만5천t으로 전년보다 7만7천t(11.1%)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조곡 재고는 36만1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만7천t, 61.2%나 많다. 올해 전국 쌀 생산량도 388만2천t으로 10.7% 증가했다. 쌀값은 하락세다. 80㎏ 기준 산지가격은 지난 10월초 22만7천212원에서 12월초 21만344원으로 2개월 만에 1만5천원 이상 급락했다. 올해 월 평균 가장 낮은 금액이다.

개정된 양곡관리법에는 신곡 수요량 초과 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3%를 초과할 경우 과잉 생산물량 시장격리가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요지부동이다. 최장 기간 장마와 태풍으로 수확량이 급감한 지난해 쌀값이 평년(20㎏ 4만원)보다 30% 넘게 올라 한때 5만5천원을 넘어선 바 있는데, 이에 비교해 올해 12월 5일 기준 5만2천586원만 보더라도 격리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밥 한 공기의 쌀값은 고작 300원으로 커피값의 10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줄줄이 인상된 인건비, 자재비로 농가의 경영 여건이 매우 어렵다. 생산단가는 오르는데 수요마저 줄고 있다. 이에 전남도의회는 초과 생산량이 8%로 시장격리 요건을 갖춘 만큼 정부는 하루속히 쌀 수급 안정 장치를 발동해야 한다고 건의안을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도 쌀값이 더 떨어지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직격했다. 최근 청와대 인근에서는 전국 140개 농협 조합장을 비롯한 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 등 360여명이 총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렵게 회복시킨 쌀값 폭락 사태에 농가의 소득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농민에게 쌀값은 ‘목숨값’이다. 현 추세라면 지속적인 하락이 불보듯 뻔하다. 농림부의 논리는 다소 빈약해 보인다. 즉각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 법에 명시된 요건에 따라 신속하게 시장격리에 나서야 한다. 농민의 요청은 절박하지만 정부는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따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급 안정을 통해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빨리 조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