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신철 作 ‘그 겨울’ |
|
겨울이 오면 다른 계절에 존재를 뽐내던 많은 것들이 어디론가 꽁꽁 숨어버린다. 예찬의 대상들이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고개를 갸웃하며 겨울을 맞이한다. 겨울은 만사를 품는 계절이 아닐까.
가끔은 시절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처음 가보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풍경들이 내 품으로 달려든다. 호젓한 숲길을 걸을 때 수분기가 전혀 없는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상상의 세계로 가만히 가게 한다. ‘바스락, 바스락’, 그 소리를 통해 그리움이 증폭돼 옛 시절의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만나게 한다.
화려하기 그지 없었던 가을의 찬연함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지고 어느덧 겨울 찬바람이 몰려온다. 서운함을 느끼기도 전에 이제, 눈발까지 날린다. 이미 가버린 시절의 님을 그리워 하라고 하는건지 흰눈이 똑똑 대지에 박힌다.
청년시절인가 보다. 도예를 하는 친구와 눈발을 맞으며 광주에서 기차를 타고 몽탄역까지 갔었다. 그곳에서 내려 영산강 하류 쪽으로 한참을 걸어 옹기마을에 가본 적이 있다. 그 시절 그 동네의 평화로운 풍경들이 이렇게 눈발이 날리는 겨울이면 다시 떠오른다. 마치 처음 맞는 계절인 마냥 생경한 느낌이 드는 이 계절을 다시 감사한 마음으로 다지게 하는 무기인 셈이다.
어쩌면, 겨울은 오만가지 것들을 숨기거나 사라지게 한 게 아니라 더 큰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가 뱉을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도 그럴 거다.
<양평에서 화가 신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