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와 주인의식 / 서순복

2021년 12월 19일(일) 18:55

서순복 품질자치주민자치시민들 대표회장 / 조선대 법학과 교수

광주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삶의 터전이자 보금자리이다. 이 곳에서 우리는 주민 자율의 지역공동체와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꽃피워 왔고, 이 나라의 독립과 민주발전을 위해 정의롭게 싸워왔다. 바야흐로 202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의 계절이 왔다. 이 땅의 지역정치 지도자들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아니 자치권자인 시민을 위해,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정치를 펴왔다고 할 수 있을까 ? 지역의 문제를 풀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야 할 정치, 행정, 언론, 시민사회 등 각 직역들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부호를 던져본다. 무엇보다 주민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는 어떠한가 ? 코로나로 인해 더욱 힘들어진 올해의 마지막을 보내며, 미래의 희망을 싹 틔워보고 싶다.

지방자치 부활후 30년이 된 지금 그동안 단체자치 위주로 진행된 지방자치에서 궁극적 지향인 주민자치 차원에서 주민자치회가 2013년부터 3개동으로 시범실시된 광주광역시의 주민자치회가 시범운영되어온 지 벌써 10여년 가까이 되는 시점에 주민자치회의 운영실태를 진단해보고 그 미래방향을 처방해보는 시민대토론회 자리를 작년 10월에 가졌다. 거기서 주민들의 주인의식은 의외로 희박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주권(자치권)은 국민(주민)에게 있다고 하는데, 생활 현실에서 얼마나 주인이라고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체감정도를 시민들에게 물었다. 유보적 응답자를 빼고, 전체 유효응답자(416명)의 32.3%는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한 반면, 28.4%는 ‘그렇게 느낀다’고 응답하였다. 투표하는 날 하루만 주인의식을 체감하는 것에 대한 표현이라고 보인다.

척박한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자치가 중심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국민자치를 지방적 범위 내에서 실현하는 것이므로 지방시정에 직접적인 관심과 이해관계가 있는 지방주민으로 하여금 스스로 다스리게 한다면 자연히 민주주의가 육성ㆍ발전될 수 있다는 소위 ‘풀뿌리 민주주의’를 그 이념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헌재 1991. 3.11. 91헌마21). 주민자치회라는 조직은 풀뿌리자치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구이자 비정치적인 정책도구이다. 주민주권은 당해 행정구역 안에서 주민의 의사결정이 최종적인 구속력은 갖는다는 참여방식이다. 만일 대형마트가 광주광역시에 입점하는 데 기존 전통시장과 갈등이 예상되어 대형마트 입점규제정책을 전개함에 있어서 주민투표를 통해 허용여부를 결정할 것인가, 아니면 주민이 뽑은 시장과 시의회를 통해 결정하게 할 것인가 ? 전자가 주민주권의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이것이 직접민주주의다. 생활과 관련된 사안들에 대한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 확충, 즉 성별, 연령, 직업에 관계없이 지역주민들의 공동참가를 통해 결정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러한 생활민주주의 실현은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자기통치가 주민의 지역참가를 통한 자치로 실현되는 것일 것이다.

지방자치 내지 주민자치는 민주주의 학교이며, 민주주의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장치이다. 권리 위에 잠자고 있는 자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화된 힘이 민주주의의 전진과 공동체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참여가 필수이며 주민의 참여를 통해서 주민자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뜻한다. 시민의 주인의식이 깨어 자발성이 활성화된 주민자치가 더 활기찬 새해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