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생색내기론 동네서점 살릴 수 없다

2021년 12월 20일(월) 19:12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역 주민의 문화 거점인 동네책방 역시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광주지역 서점 수는 지난 2009년 162개에서 2019년 84개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고 현재는 서점조합 추산으로 63곳에 불과하다. 광주시 5개 자치구 97개 행정동 가운데 3분의1 가량 서점이 없는 셈으로, 생계난이 가중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문 닫는 곳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런데도 마지막 보루일 수 있는 공공기관 도서 구매 입찰 같은 지원책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역 서점에서 우선 구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허점 때문이다. 실제로 5개 자치구가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발표했으나 광산구만 인증제 등을 시행하면서 역량 강화를 돕고 있다. 광산구는 모두 22곳을 공공도서 구매 우선 대상 지정 등을 통해 실질 지원에 힘쓰고 있다.

동네책방의 어려움이야 한 두 해 얘기가 아니다. 대형 프랜차이즈·온라인 서점과 전자책 보급 속에서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책 한 권을 팔면 마진이 25% 정도 남는데, 온라인 서점이 10%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출혈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운영자들은 하소연한다. 여기에 코로나 장기화까지 겹쳐 겨우 명맥만 이어가는 실정이다. 책은 팔리지 않고 임대료는 오르고 적자는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광주시와 자치구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장소에서도 주민의 따뜻한 쉼터 역할을 해온 동네서점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공기관 도서 구매 입찰 시 사업자 등록에 ‘도서판매’만 넣은 ‘페이퍼 컴퍼니’가 넘쳐난다는 사실부터 엄중 인식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광주시가 광산구의 인증제 사례를 분석하고 전면적 시행을 추진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동네책방의 위기, 무심히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가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숨통이라도 틔워줘야 할 때인 듯 싶다.

서점에서는 언제나 쉬어갈 수 있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이상과 꿈을 키우는 약속의 공간이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 사랑방이다. 동네의 작은 책방을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