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 벽 허무는 환상의 하모니 펼쳐진다 23일 오후 빛고을시민문화관서 ‘예술 날개 페스티벌’ 최명진 기자 |
| 2021년 12월 20일(월) 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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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4시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연습실에선 따스한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매력적인 선율의 첼로·바이올린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주인공은 광주·전남지역 장애인 12명으로 구성된 ‘우리 현악 앙상블’ 단원들. 이들은 연말을 맞아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쳤다.
이들 현악단은 오는 23일 오후 3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예술 날개 페스티벌’ 공연을 앞두고 있다. 연습실을 가득 메운 ‘현의 선율’은 어깨 춤을 절로 들썩이게 할 정도로 실전 공연을 방불케 했다.
단원들은 이번 힐링 공연을 통해 현의 선율로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시민들에게 잘 전달돼 코로나로 힘들어진 일상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연주자로 나설 ‘우리 현악 앙상블’은 광주문화재단 2021 지역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 ‘예술날개 프로젝트’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받는 이들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음악을 배우고 있는 12명의 단원들은 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총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9월부터 진행해 온 교육을 거쳐 그간의 결과물을 무대에 올린다. 지역 장애 예술인들이 노력의 결실을 선보이는 자리이자 비장애 예술인과의 협업 무대다.
이날 연주회는 1급 시각장애인 재즈피아니스트 강상수를 주축으로 이뤄진 스카이 브릿지 재즈밴드의 공연으로 서막을 장식한다.
그 뒤를 이어 신수지(15)양과 함께하는 ‘거위의 꿈’ 무대가 시작된다.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줄 수지양은 우리 현악 앙상블의 유망주로 꼽힌다. 전맹 시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 앞에서 이러한 어려움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지양의 어머니 이경희(63)씨는 “아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행복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즐거움은 물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각기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이 만나 음악을 통해 하나로 뭉친다는 점이 너무나 감동적인 것 같다”고 소회했다.
아버지와 딸이 함께하는 특별한 연주도 마련됐다. 첼로와 바이올린 현악 2중주로 들려주는 이진행(55)씨와 딸 지연씨의 ‘사랑의 인사’다. 이 씨는 바이올린을 전공한 딸과 함께 이번 무대에 오른다. 왼손이 사고로 절단된 탓에 다른 연주자들과는 달리 오른손으로 운지법을 익혀야 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기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곡을 완성해냈다.
이 씨는 “딸과 함께 연주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주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인생에서 절대 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더 높이 날아오를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연주하는 첼로 군단 ‘휠첼로’도 눈에 띈다.
차진환(55)씨는 “시각·청각·지체 등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이 모여 악기로 하나 되는 만남 자체가 의미 있는 것 같다”며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존중해주는 분위기 속 아름다운 꿈의 무대를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떠나는 음악 여행’이라는 주제 아래 선보이게 될 공연은 단원들의 독주, 첼로 중주, 바이올린 중주 무대 등으로 꾸며지며, 빛고을페스티벌앙상블 비장애 연주자들과의 협연도 준비돼있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는 우리현악앙상블과 빛고을페스티벌앙상블의 장애와 비장애 예술인이 함께하는 무장애 협연 무대가 펼쳐진다. ‘마법의 성’과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두 곡을 연주하며 2021년 마지막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 총감독을 맡은 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는 “연령대와 실력도 모두 다르고, 전문적으로 악기를 다루지도 않지만 단원들 모두가 ‘음악’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뭉쳐 만들어낸 뜻 깊은 무대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그 누구보다 무대에 오른 참여자들 스스로가 만족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온라인 유튜브 라이브 생중계가 함께 이뤄진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