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해 바래길 9코스(남파랑길 41코스)

아름다운 해변 길 걸으며 유배문학을 상기하다

2021년 12월 21일(화) 19:21
벽련포구에서 배로 10분이면 노도에 도착한다. 서포 김만중은 노도에서 3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다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의 나이 56세였다.
올해 들어 한 달에 한 번씩 남해 바래길을 걷는다. 매달 남해를 찾다보니 남해도의 풍경이 고향처럼 낯익다. 남해도는 사시사철 언제와도 매력 넘치는 곳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아기자기한 산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소박한 해변마을들이 정겹게 맞아주기 때문이다.

오늘 걷게 될 남해 바래길 9코스는 남해를 대표하는 해변인 상주은모래해수욕장이 있고, 비단을 펼쳐 놓은 것 같은 산 금산을 바라보며 걷는 코스라서 더욱 기대된다.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 노도를 지척에서 만나는 것도 9코스의 매력이다. 남해 바래길 9코스는 김만중이 유배문학을 일군 노도를 옆에 끼고 걷는 길이라서 ‘구운몽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남해 바래길 9코스는 천하마을버스정류장에서 마을길을 따라 몽돌해변으로 나가면서 시작된다. 마을은 산을 등지고 남쪽으로 바다가 펼쳐져 포근하고 시원하다. 몽돌해변은 폭이 넓지는 않지만 서쪽으로 금포마을까지 이어진다.
금포마을 뒤편 밭길을 따라 걷는데, 남해의 겨울 특산품인 마늘과 시금치가 푸릇푸릇하다. 울긋불긋한 지붕과 초록색 밭은 푸른 바다와 어울리고, 여기에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까지 가세해 예쁜 섬마을 풍경이 됐다.

모진 비바람에 줄기가 이리저리 굽어진 금포마을 팽나무를 바라보니 한평생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금포마을 뒤편 밭길을 따라 걷는데, 남해의 겨울 특산품인 마늘과 시금치가 푸릇푸릇하다. 울긋불긋한 지붕과 초록색 밭은 푸른 바다와 어울리고, 여기에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까지 가세하여 예쁜 섬마을 풍경이 되었다.

금포마을에서 상주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기암절벽 위쪽 숲길을 따라 이어진다. 산허리를 돌아가니 상주은모래해변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반달 모양의 해변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맞닿아 있고, 활처럼 휜 백사장을 울창한 소나무 숲이 감싸고 있다. 2㎞에 이르는 반월형 백사장은 고운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부드러워 마치 비단 위를 걷는 느낌이다.
상주은모래해변. 반달 모양의 해변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맞닿아 있고, 활처럼 휜 백사장을 울창한 소나무 숲이 감싸고 있다. 2㎞에 이르는 반월형 백사장은 고운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부드러워 마치 비단 위를 걷는 느낌이다.

상주은모래해변은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바위로 이뤄진 금산이 둘러싸고 있어 매력이 더해진다. 해수욕장 정면 바다에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목도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떠 있다. 상주해수욕장은 수많은 남해의 해수욕장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해변이다. 백사장을 걷고 있으니 파도가 잔잔하게 밀려왔다가 슬그머니 물러서곤 한다. 내 마음도 바다처럼 넓어지고 깊은 물속처럼 평온해진다.

상주은모래해변을 벗어나 대량마을로 넘어간다. 해변은 기암절벽을 이루고, 절벽 위쪽은 울창한 숲이다.

잠시 해변 쪽으로 나가니 주상절리를 이룬 바위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기암절벽을 이룬 리아스식 해변은 앞 뒤쪽 풍경이 겹쳐지면서 아름다운 풍경화를 만들어내었다. 상주은모래해변에서 정면으로 보였던 목도도 고개를 내민다. 세 개의 바위로 이뤄진 소삼여도는 풍경화의 화룡점정을 이룬다. 남쪽으로는 수평선을 이룬 망망대해가 드넓게 펼쳐진다.

임도 아래로 대량마을이 바라보인다. 대량마을 앞 바다에 노도가 떠 있고, 노도 뒤로 설흘산이 우뚝 서 있다. 해변 산자락에 등을 기댄 대량마을 가옥들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량마을은 남해도에서도 가장 외진, 막다른 곳에 자리한 마을이다. 남해의 다른 마을과 달리 외부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조용한 마을이다. 대량마을은 큰 양아리라는 뜻이다. 4백여 년 전 임진강가의 양아리란 마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정다운 벽화를 바라보며 해변 마을길을 걷다가 소량마을로 통하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왼쪽으로 앵강만과 푸른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노도 뒤편 다랑논으로 유명한 가천마을이 바라보인다. 남서쪽 바다 건너에서 여수 돌산도와 금오도 같은 섬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소량마을로 내려가는 언덕배기에 양아교회가 섬마을처럼 소박한 모습으로 서 있다.
대량마을에서 소량마을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풍경화. 앵강만 건너 다랑논으로 유명한 가천마을이 바라보이고, 남서쪽 바다 멀리 여수 돌산도와 금오도 같은 섬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소량마을로 내려선다. 마을 뒤편으로는 산비탈을 개간한 계단식 논들이 자리하고, 마을 앞에서는 푸른 바다가 마당처럼 출렁인다.

소량마을에도 대량마을과 마찬가지로 작은 포구가 있는데, 포구 옆으로 작은 백사장이 타원형을 그리고 있다.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뒤로 여수 돌산도와 금오열도의 섬들이 길쭉하게 펼쳐진다.

소량해변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해변은 조용하고 한가하다. 오후 햇살이 만들어낸 윤슬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두모마을로 넘어가는 도로를 따라가니 노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노도 안쪽으로 앵강만이 자리하고, 앵강만 건너편에 있는 산과 마을들이 바라보인다. 두모마을은 다른 해변마을보다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다. 가장 안쪽 해변에는 모래사장이 자리하고 있고, 해변 양쪽에 두모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마을 위쪽 골짜기에는 다랑논이 많은데, 이곳 계단식 논에 유채를 심어 봄철이면 노랗게 피는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다.

두모마을에서 벽련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울창한 숲길을 거쳐야 한다. 벽련마을로 통하는 숲길은 아열대성 푸른 활엽수들로 이뤄져 있다. 하늘을 가린 산허리 숲길에서는 새들이 노래를 불러준다. 가던 길을 멈추고 조용히 귀 기울여보면 파도소리도 가냘프게 들려온다.

벽련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앵강만 전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앵강만은 설흘산, 송등산, 호구산 같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아름답고 안정감 있다. 벽련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모양이 연꽃처럼 생겼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푸를 벽(碧), 연꽃 연(蓮)자를 써서 벽련(碧蓮)마을이라 했다.

벽련포구에서 노도 가는 배가 출발한다. 10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앵강만 초입 동쪽에 수문장마냥 서 있는 작은 섬 노도는 서포 김만중(1637-1692)의 유배지였다. 조선 숙종 때 대제학·대사헌을 지낸 서포 김만중은 1689년 기사환국 때 남해 노도에 유배되었다.

서포 김만중은 노도에서 3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다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의 나이 56세였다. 김만중은 노도에서 우리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글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남겼다. 남해군은 김만중의 유적과 이야기를 엮어 노도를 ‘문학의 섬’으로 조성했다. 유배문학의 산실인 노도에는 서포문학관, 서포초옥, 사씨남정기원(야외전시장), 작가창작실 등이 있다.

남해바래길 9코스는 벽련마을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원천항을 거쳐 남해바래길탐방센터까지 이어지는데, 우리는 벽련마을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마을 맨 위쪽 도로변 카페 야외 탁자에 앉아 커피 한 잔씩을 마신다. 노도와 앵강만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향이 그윽하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해 바래길 9코스는 남해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상주은모래해변을 지나고, 소박하고 외딴 해변마을을 만나는 아름다운 코스다. 특히 서포 김만중이 유배생활을 했던 노도를 바라보며 걷는 코스라서 유배문학을 상기할 수 있다.
※코스 : 천하마을→상주은모래해변→대량마을→소량마을→두모마을→벽련마을→원천항→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
※거리, 소요시간 : 17.6㎞, 6시간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천하마을 버스정류장(경남 남해군 미조면 남해대로 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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