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둔 고수’(은둔형외톨이)를 찾아주세요! / 신수정 |
| 2021년 12월 21일(화) 19:31 |
|
일본에서는 사회와 담을 쌓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을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 동사의 명사형)‘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국내 정신의학계에서 ‘은둔형외톨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은둔형외톨이’가 사회문제로 등장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통계는 현재까지도 없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8-34세 청년 3천520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 방안 연구’ 내용 중 평소 외출 정도를 파악한 결과 응답자 중 3.4%(112명)가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한 언론에서는 이를 근거로 국내 청년 인구 1천100만 가운데 3.4%인 37만이 은둔생활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한편, 2017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같은 연구에서는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6%라고 볼 때 불과 4년 만에 0.8%인 약 7만 명이 증가한 점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우리보다 앞서 은둔형외톨이 문제를 앞서 대응해왔던 일본의 경우 2010년 70만 명에 이르렀던 15-39세 청년 은둔형외톨이는 정부의 대응으로 54만 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2019년 일본 내각부가 40-64세 중장년 은둔형외톨이를 조사한 결과 61만 명으로 이는 청년층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은둔형외톨이는 청년 문제만이 아니고 전 연령적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은둔형외톨이’에 관해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이다. 2017년 국회 토론회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은둔형외톨이에 관한 잠정적인 수치와 현상에 관해 언급하였을 뿐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법제화나 지원 서비스는 요원하였다. 그러나 광주는 달랐다.
2019년 필자가 발의한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 지원 조례’가 제정되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은둔형외톨이 지원 방안을 제도화하였다. 조례에 따라 광주광역시는 5년마다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기본계획’을 세우고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또한, 조례는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설치’ 등 은둔형외톨이가 공동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
조례제정 이후 전국 최초로 은둔형외톨이 실태조사를 시행하여 당사자가 237명, 가족이 112명으로 349명의 은둔형외톨이를 찾아냈다. 이와 동시에 ‘은둔형외톨이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은둔형외톨이 지원 서비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은둔형외톨이 지원센터’ 마련도 상상해 볼 수 있겠고, 광주의 전국 첫 은둔형외톨이 실태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에서 전국 단위의 은둔형외톨이 실태조사를 기획해봐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광주의 은둔형외톨이 지원 법제화 과정과 실태조사를 벤치마킹하고 있으니 중앙 정부가 못 하는 일들을 지방에서 무엇보다 광주에서 먼저 시작했다는 점에서 광주시민으로서 매우 뜻깊고, 감격스럽다.
코로나19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사는 은둔형외톨이를 양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태다. 이러한 점에서 은둔형외톨이 대한 관심이 절로 요구되는 시기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은둔형외톨이가 자신의 세계로 숨어 들어가는 동안 그 가족의 고통도 커질 것이고 이는 사회적 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은둔형외톨이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은둔 고수’(은둔형외톨이)를 찾아보자. 숨바꼭질의 술래처럼 “꼭꼭 숨더라도 끝까지 찾는다.”라는 믿음을 주는 사회를 우리 광주가 먼저 만들어 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