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의 '문화터치']‘시민’ 바라보며 문화페달을 밟아야 광주문화재단 문화융합본부장

2021년 12월 23일(목) 18:29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고.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균형을 잃지 않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계속 페달을 밟는 한 넘어질 수 없다. 지난 한 해,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고 여겼다. 그 결과 넘어지지 않았나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수도 없이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서 페달을 밟았을 뿐 넘어져 무릎이 까이고 발목이 접질리기를 반복해 왔다. 페달을 밟는 한 넘어지지 않는다는 건 아인슈타인의 이야기인가 보다. 페달을 밟아도 돌부리에 넘어질 수도 있고 한눈팔다가 넘어질 수도 있는 거다. 아마도 난 한눈을 팔았었나 보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면서 여전히 다짐한다. 페달을 지속적으로 밟겠다고. 그러나 거기에서 끝나선 안 된다. 방향을 똑바로 정한 후 한눈을 팔지 않을 것이 요구된다. 도시의 문화정책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방향을 제대로 정한 뒤 한눈을 팔지 않고 페달 밟기를 멈춰선 안 될 일이다. 김구 선생은 일찍이 ‘문화의 힘’에 대해 설파했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 놓여 먹고 사는 일마저 수월하지 않았던 때 문화강국을 거론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문화는 내게는 물론 남에게까지 행복을 주는 원천이다. 해서 김구선생은 그토록 ‘문화의 힘’을 외쳤던 거다. 그동안 세계 강대국을 정할 때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 총생산) 나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민총생산)로 따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태세다. 그 기준이 GNC(Gross National Charming 국민총매력)로 옮겨갈 모양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문화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문화를 내세우지 않고서는 선진강국으로 가기 힘들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K-한류 바람으로 선진국으로 가는 대로에 들어섰다고 예측되고 있다. 광주 또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문화도시로 일찍 선포하고 그 길을 내달음질쳐 가고 있다.

문제는 한눈을 팔지 않고 문화도시로 가는 길을 내쳐 가야 한다는 거다. 자칫 페달을 밟으면서 딴 데 홀려있지나 않은지 안심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 봐야 한다. 그게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며 문화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할 이들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지속해야 할 일이다. 광주문화재단의 경영 미션은 ‘문화로 풍요로운 광주, 예술로 아름다운 시민’이다. 즉 모든 문화예술정책의 꼭짓점에 ‘예술로 아름다워야 할 시민’이 놓여있는 거다. 그걸 잊어선 안 된다. ‘시민’을 바라보며 페달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자칫 시민이 아닌 다른 대상에 꼭짓점이 맞춰지지 않았나를 겸허히 성찰해야 한다. 그것을 잊지 않고 2022년 문화정책 수립과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그래야 비지땀을 흘리며 페달을 밟는 수고가 헛되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