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의 무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 박대우 |
| 2021년 12월 23일(목) 1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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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충분히 예상했던 수순이다. 러시아는 유럽과의 분쟁 때마다 가스밸브를 잠그는 것으로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원의 무기화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벨라루스 난민 위기 등을 놓고 미국을 포함한 EU(유럽연합)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EU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것을 두고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역에 병력까지 집결시키고 있다. 이미 판세는 군사력의 우위는 물론이고 천연가스라는 강력한 자원을 무기로 앞세운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 중단과 같은 자원의 무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우리 역시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요소수’ 부족으로 큰 홍역을 치르지 않았던가. ‘요소수’ 대란 이전에도 2020년에는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고, 첨단산업의 필수품으로 불리우는 ‘희토류’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비철금속과 유기화합물 등 산업용 원재료와 각종 식용 제품, 직물 제품 등에 있어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입선의 다변화를 통한 공급망 재편이 절실하다.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 나라들이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뒤를 이어 많은 국가들이 실행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방향성은 다른 국가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우리와 너무도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남북 관계에 있어서 중국의 영향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의 참가 여부를 두고 미국과 다른 선택을 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근본적인 시작점은 대한민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다. 미국이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이상, 그리고 미군이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이상 중국과의 갈등과 대립을 피할 수는 없다. ‘사드(THAAD)배치’ 역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의 일부이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상황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북한 문제 역시도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기 어려운 장애요인이다. 결국 우리와 중국의 관계는 ‘지금과 같아서는’ 가까워질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 중국의 비중과 수입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경제가 어느 한 국가에 편중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중국이 정부 중심의 시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이후 시장경제에서 국가 경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외교가 경제보다 우선순위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시장의 흐름과 상관없는 중국과 외교적인 문제로 인해 언제든지 제2의 ‘희토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핵심 사안은 이미 드러나 있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외교, 즉 정치가 덜컥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정부가 외교적 스탠스를 결정해야 한다. 이로 인한 파장에 있어서 어떠한 부분은 우리의 역량으로 해결하고, 어떤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경계도 명확하게 구분 짓고,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설명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미 오래전에 모호하고 어정쩡한 외교가 통용되던 시대는 지나왔다. 이쪽저쪽 모두에게 우리 편이 아닌 상황으로는 좋았다 나빠지고를 반복하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주식 시장에 격언처럼 회자되는 말이 있다. “가장 나쁜 것은 불확실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