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문화살롱] ‘기술 더한 예술’…문화 융·복합은 진정한 시대정신 2021년 광주 문화를 보다 K아트 예술감독 박승유의 시선 자율성·다양성 존중…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문화행정 디딤돌 희망·상생 전파하는 행복메시지, 문화융성 ‘변화의 싹’ 틔워야

2021년 12월 23일(목) 18:29

2019년 3월16일 K아트 공연에 앞서 무대리허설하는 박승유 예술감독.

올 한해 가장 바쁜 예술인으로 손꼽히는 기획가이며 지휘자로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여념이 없는 박승유의 시선을 통해 광주의 문화예술을 바라보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견지하고 젊지만, 그 누구보다 더 깊이 있는 해석으로 자신이 개척해 나아가는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해 나아가고 있는 그녀는 음악가에서 예술가로, 이제는 예술가에서 좋은 사람으로 한걸음 내딛고 있다 전한다. 좀 더 사람 내음이 나는 작품을 기획하고 그 작품을 통해 자신이 좋은 사람이 돼 간다는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제작해 나아가는 작품 안에 담긴 인간 중심의 예술철학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올 한해 문화계의 가장 큰 이슈는 문화 융·복합과 첨단산업과 문화의 결합이었다. AI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과 예술의 만남은 시대의 요구였으며 이러한 기반 위에 예술은 변화의 급물결을 타게 됐다. 지금까지 시·공간의 제약으로 막혀 있던 무대공연 예술은 진보된 기술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며 작품에서 요구하는 배경과 사상을 좀 더 자세히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작업의 선두에 선 박승유는 얼마 전 광주에서 초연했던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풀치넬라를 융·복합적 시각에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필자와 인터뷰 중인 박승유 K아트 예술감독.

“발레 공연기획자 디아길레프의 부탁으로 18세기의 음악들을 스트라빈스키가 관현악편곡을 했고, 마신이 안무를, 피카소가 의상과 무대장치를 맡았던 작품이죠. 풀치넬라가 만들어진 1920년대 각 분야의 최고 예술가들의 산물을 구현해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문화 융복합은 과거에도 이렇게 작업됐고 과거와 다르다면 이 작품을 구현하는데 이제 기술의 힘을 받아 좀 더 효과적으로 작품 안에 있는 정신을 표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녀의 언급과 같이 근래 외치는 융·복합적 시각의 다양함은 예전에도 존재했고, 예술 안에는 항상 있었으나, 타 분야의 경우 떨어지는 역동성에 의해 결합하고 새롭게 탄생하는 창조란 미션을 거부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제 문화에 손을 내밀고 있음을 직시한다.

문화 안에서만 외치는 융·복합은 박승유의 말 같이 예전에도 존재했으며,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 융·복합은 문화에게, 예술에 다가오는 다양한 분야의 시선과 행동임을 우리는 인지하고 있으며 문화 융·복합이 아젠다였던 광주는 시대정신을 가장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도시였다.

광주 안에서는 수도 없이 문화융복합적 관점에서 미래를 논의하고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다른 분야의 섞임이 문화예술로 승화돼 혁명처럼 일어나는 한해였다.

2021, 올 한해 이 지역 문화도 코로나에 몸살을 앓았다. 전대미문의 재앙으로 다양한 공연, 전시 예술들이 취소되고 사지에 몰린 예술계는 줄어든 대면 예술공간과 비대면의 온라인 공간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려 애썼다. 이러한 어려움에 더해 취약한 이 지역 공연계의 현실 때문에 더 공공 지원 중심의 문화사업에 의존하게 되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통해 순수함을 잊고 혹시 공공의 이익이나, 다른 이익집단의 외침을 대변하는 프로파간다의 역할로서의 편협한 문화예술이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박승유 K아트 예술감독이 지난달 25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선보인 ‘스트라빈스키 발레-풀치넬라’ 공연 해설을 하고 있다.

공공의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현실에, 예술가들은 문화행정의 비효율적 행태와 다양한 불합리에 힘든 한해이기도 했다.

박승유는 이러한 지역 문화의 현실에 대한 필자의 우려를 다음의 예를 들어 조언했다. 그녀가 오랜 세월 공부하고 살아왔던 아주 옛날부터 음악의 중심지였으며 음악가들에겐 꿈의 도시였던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이야기이다.

“빈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는 게 가장 부러운 점이기도 합니다. 투자는 하되 특정 기준을 제시하거나 제약하지 않습니다. 분명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예술의 자유를 절대 방해하지 않습니다. 문화정책도 탁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예술가들을 어떻게 지원하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껴가며 실제 문화행정을 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또한, 음악을 예로 들면 연주자의 길 외에도 음악을 전공해서 할 수 있는 정말 다양한 길에 대해 안내 그리고,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이해하는 관련 종사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겪는 예술가와 행정공무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일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 광주에서도 무대 위에 오르는 시연자 외에 관련 분야 인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녀의 지적을 통해 문화의 생산자인 예술가, 소비자인 청중 그리고 그들을 하나로 엮고 그들이 향유와 감동을 나눌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올바른 매개자의 역할에 대해 절대적 필요성을 깨닫는다.

문화 생산자 중심의 기울어진 예술 교육 시스템의 획기적인 전환을 통해 이제 현장을 떠받치는 문화행정에 전문가들의 철학이 담긴 발걸음, 그리고 자유분방한 예술의 세레머니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 자율성 보장 등은 2021년 상실의 시대 문화예술이 처한 난제에 관해 묻는 말에 들을 수 있는 현답이라 할 수 있다.

<최철·조선대 문화학과 초빙 교수>

2021년 한해는 정말 어둠의 연속이었으며, 그나마 문화예술은 상실의 시대 사회구성원들에게 빛과 같은 존재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며, 비대면과 대면을 통한 이 지역 예술가들의 열정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제 어려울 때 꽃피는 광주의 열정이 식지 않게 정책 입안자들과 공공의 역할이 남아 있다. 굵직한 사업 성공이나 시민들에게 와 닫지 않는 치적을 떠드는 잡다한 외침보다 지쳐있는 시민의 삶을 위로하고 낙담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감동으로 채울 수 있는 소시민을 위한 문화 향유가 간절함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젊은 기획가, 젊은 연주가 박승유의 시선을 통해 광주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올 한해 광주 문화계의 아젠다였던 문화융복합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예술 광주를 통해 광주의 비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문화 안에 효율적으로 녹아들어 있는 융복합 정신을 필두로 다양한 산업과의 결합 그리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문화정책을 이야기하는 박승유의 말대로 2022년 광주의 문화융성을 꿈꿔본다.


지휘자 박승유는…

첼로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예비학교, 학사를 조기졸업, 석사,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으며 이후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지휘과에 입학해 학사, 석사 졸업 후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학했다. 런던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 등 유수 해외콩쿠르 수상과 ㈔ 한국지휘자협회 2019 최우수 지휘자 선정, 춘천시립교향악단이 수여하는 특별상 수상, 2020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차세대 지휘자로 선정 등의 경력을 통해 다음 세대를 이끌고 갈 음악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빈 무직페어라인 황금홀에서 빈 국영방송 오케스트라 지휘를 비롯하여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영국, 루마니아, 일본 등의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 국내 코리안심포니, 부천필하모닉, 인천시립교향악단, 대전시립교향악단 등에서 객원지휘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K아트 예술감독과 성신여자대학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음악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데 목표 의식을 가지고 다년간 일간지 및 다양한 매체의 칼럼 등을 통해 인간중심의 문화 예술론에 대하여 자신만의 철학을 견지해 나아가며 연주자를 넘어 해석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