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은 오동섭 화백, ‘한국 호랑이 6천년의 흔적’展 은암미술관서 29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최명진 기자 |
| 2021년 12월 26일(일) 18: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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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새해 기쁜 일을 기리고, 재앙을 막기 위한 뜻으로 궐에서 호랑이 그림을 신하들에게 하사하기도 했다. 우리 민족의 오랜 수호신이었던 호랑이는 이처럼 먼 옛날부터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호랑이 그림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마음에 위안을 주고 새해의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50년 넘게 호랑이 그림을 그려온 송은 오동섭 화백이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앞두고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28일까지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일곱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한국 호랑이 6천년의 흔적’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민족의 삶과 역사성이 담긴 총 52점의 호랑이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21일 광주 북구 북동 작업실에서 만난 오 화백은 50여 년 세월 동안 화폭에 오로지 호랑이만을 담아오고 있다. 독특한 채색 기법을 통해 털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그려진 그의 작품은 마치 살아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오 화백의 그림에는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흔적들이 함께 한다.
고구려 벽화 사신도나 수렵도를 비롯해 훈민정음, 우리나라 옛 지도, 민화, 태극기, 88올림픽 마스코트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물들이 배경으로 그려진다.
이번 전시의 모티브는 기원전 6천년 전 사냥 장면이 등장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다.
“그 시대 암각화에서 한국 호랑이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호랑이 화가로서 역사성, 우리 민족의 삶과 연관된 호랑이 발자취를 작품에 담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반만년 역사를 함께 해 온 호랑이가 곧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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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요한 스포츠 행사에서도 오 화백의 호랑이 그림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현장에서 초대형 작품 ‘한일월드컵 성공 기원도’를 선보이기도 했고, 기아 타이거즈의 첫 개막경기 등에서도 호랑이로 우리 민족의 혼을 표현해냈다.
사실감 있는 호랑이의 표정 묘사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는 본격적인 호랑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2004년 과천 동물원 인근에서 하숙 생활을 하면서까지 호랑이를 관찰하기도 했다.
실제로 오 화백이 보여준 호랑이 그림에는 생생한 표정들이 담겨있었다.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 화난 얼굴, 배고픈 표정 등 여러 모습들에서 호랑이에 대한 그의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가장 먼저 호랑이의 언어와 마음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세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욱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아기 호랑이를 안아 우유를 주고, 어미 호랑이를 쓰다듬어 보기도 했어요. 아픈 호랑이가 마취 주사를 맞고 수술 받는 장면을 보는 등 여러 순간들을 함께 했습니다.”
현재의 작품들은 오 화백의 이러한 노력들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이토록 호랑이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유년시절부터 들어온 호랑이 이야기의 영향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등 전해져 내려오는 옛 이야기들을 접하며 호랑이에 푹 빠져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화백은 이번 전시가 지친 시민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도 호랑이가 있지만 저는 한국의 정신을 느끼고, 민족적인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호랑이를 독특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관객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염두에 두고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그림이 됐으면 합니다. 다가오는 흑호의 해에는 호랑이의 용맹스런 기운으로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