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탄핵 박근혜 성탄절 특별사면 유감

2021년 12월 26일(일) 18:54

문재인 대통령이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전격 결정했다. 오는 31일자로 이뤄지며 구속된 지 4년 9개월 만이다. 22년의 징역형 가운데 17년 3개월형은 면제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돌아보면 광주와 전남은 희대의 국정농단에 맞선 촛불혁명의 선두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함께 촛불의 명령이었던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촛불정신으로 들어선 촛불정부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 어떤 사유를 내세울지라도 합당하지 않다. 유감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 뇌물수수·횡령 등 혐의로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제외된 것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겠다. 너무도 당연해서다.

일각에선 70여일 앞둔 대선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전략적 실패란 전망도 제기된다. 야권의 적전분열을 노렸다는 해석인데 역으로 결집을 촉발하거나, 여권 지지층 이탈까지 부메랑이 될 소지도 다분하다. 강력한 반대와 함께 일부에서 찬성이 엇갈리는데 비춰보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지 모른다. 앞으로 민심의 향배가 주목되는 가운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국에 청와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청와대는 종교계나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건의 등 두루 의견을 듣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가 있었을 것이라고 배경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5년 가까이 복역해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면서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권력 사유화의 죄명으로 헌정 사상 처음 파면당한 대통령의 석방, 그 누가 동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법치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지금, 자괴감이 크다.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통합과 포용이 절실하다 해도 이른 감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대 범죄자 박근혜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했다는 것, 대단히 부적절했다.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탄핵하고 법의 심판대에 세운 것은 다름아닌 촛불 시민들이다. 대전제인 국민 공감대 형성에 부족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국정농단에 면죄부라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