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진압을 ‘굿 아이디어’라고 치하한 전두환

2021년 12월 28일(화) 19:39

한 마디 사죄 없이 사망한 전두환이 그토록 부정하고 숨기려 했던 진실들이 속속 드러나는 모습이다. 출범 2년째를 맞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보고회를 열고 “발포명령 체계의 실체와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자위권 발동, 광주진압작전 관여사실을 밝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2군사령부 문건인 ‘광주권 충정작전 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에는 1980년 5월23일 진종채 2군사령관이 광주진압 충정작전을 건의한 문서에 “각하께서 ‘Good Idea(굿 아이디어)’”라고 발언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진돗개 하나’ 발령 명령도 공수부대에 하달됐다. 당시 전남도경찰국의 ‘집단사태 발생 및 조치사항’에는 전남 전 지역에 발령(예비군 제외)됐다는 기록을 제7공수여단 작전상황실에 파견됐던 (경찰)연락관 양 모 주임이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돗개 하나 땐 실탄분배와 발포가 허용된다.

계엄군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 중 다수가 실종된 것과 관련, 시체처리팀 운영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사위는 “시체 수습을 위해 공수부대 4팀이 광주에 내려왔다”며 “가매장 됐던 채수길, 양민석의 매장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에 온 ‘가매장 시체 처리팀’ 소속 4명 이외에 또 다른 시체처리팀 2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비무장 저항불능 상태인 부상자에 대한 현장에서의 확인 사살 및 훼손, 시위대를 향한 저격수 운용 등 반인도적 살상 행위도 이뤄졌다.

5·18 광주 유혈진압의 최종적이고 실질적인 승인권자로 전두환을 가리키고, 참혹한 학살의 증거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세상을 등진 그를 재차 소환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조사위는 추정적 의혹 수준을 넘어 움직일 수 없는 결정적 증거에 이를 수 있도록 관련자들의 인정 진술을 확보해 내년 5월까지 역사적 진실에 준하는 추가조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조사위는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진상규명을 위한 사명 앞에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겠다. 5·18 핵심 의혹을 밝히는데 무거운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으로 활동시한 1년,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물을 내놓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