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앱 ‘리본택시’ 지자체 도움 절실 낮은 인지도 등 카카오택시보다 경쟁력 낮아 고객 외면 올해 1억 투입 광주시 “경쟁력 없어 내년 지원 힘들어” 오복 기자

2021년 12월 29일(수) 20:05

1년 전 출범한 향토앱 ‘리본택시’가 승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 호출 택시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에 비해 낮은 인지도와 호출 빈도 등 경쟁력이 뒤처져 지방자치단체의 홍보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본택시는 광주 택시시장을 잠식한 카카오택시가 수수료 발생 시스템을 운영하자 광주택시조합과 티원모빌리티가 지난해 9월 자체개발한 ‘공공형 운송 중개앱’이다.

대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 택시업자에게 추가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출범한 향토앱은 타 시도에 큰 주목을 끌었다.

현재 45개 법인 택시업체와 개인택시 총 4천500여대가 가맹업체로 운영되고 있다.

광주지역 법인과 개인택시 총합이 8천153대인 점을 감안하면 과반이 넘는 택시기사가 리본택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리본택시는 그에 반해 저조한 이용률을 보였다.

이는 승객이 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는 시장원리를 예로 들 수 있다.

리본택시위원회에 따르면 승객들이 택시를 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빠른 배차’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카카오가 광주에서 99.9% 점유율에 육박하는 이유는 빠른 배차와 택시기사가 여러개의 앱을 사용하는 구조를 들수 있다.

광주에서 개인택시사업을 하는 장모(64)씨는 “택시기사는 한번에 여러개의 앱을 사용한다. 어떤 앱에서 호출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 같은 경우 다발성 호출이 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호출이 적은 리본택시 등은 화면에서 밀려 배차가 미뤄지는 구조이다”고 말했다.

‘배차가 늦어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리본택시의 흔한 후기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근무 12시간 기준 카카오에서 대략 20건의 호출, 리본택시에서 1-2건의 호출이 온다는 장모씨는 “택시기사는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다. 돈이 되는 것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단 택시기사만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앱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는 돈이 되지 않아 앱을 사용하지 않고, 승객은 택시기사가 응답하지 않는 앱을 사용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수수료가 없고, 지역 상생을 위한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선 결국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가 이 앱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택시조합은 리본택시 운영위원회를 꾸려 3만여장의 포스터 배포, 스티커 제작, 교통방송 광고 등 홍보에 매진하고 있다. 또 기사를 통해 승객에게 명함을 전하며 리본택시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광주시 동구, 서구, 남구, 광산구 등 4개 구청은 아파트와 공공건물에 홍보물 부착과 배포 등 지역상생 공공형 앱을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광주시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광주시는 지난해 말 ‘지역앱 택시 활성화 사업’으로 예산 1억원 책정했다. 하지만 시는 “리본택시가 초창기 법인택시만 가입해 대표성을 상징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다가 개인택시 2천여대가 가입하고 두세달 후인 올해 11월 예산을 지급했다.

광주시는 “올해 11월 예산이 지급되고 내년 책정된 예산은 없다”며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향토앱에 거액을 선뜻 투입할 수 없다. 택시업계를 위한 카드결제 수수료 인하 등 다른 정책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리본택시위원회는 광주시에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MOU등을 통한 지지 표명, TV·기사를 통한 적극 홍보, 앱환경 개선, 기사 서비스 교육 동영상 제작, 차량내 충전기·손세정제 지원’등을 요구하고 있다.

리본택시위원회 관계자는 “우리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카카오택시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본택시는 예산에 부딪혀 타 중개앱과의 차별화를 위해 운영했던 3가지 서비스를 종료했다. 출범 이후 올해 3월까지 여성과 학생 ‘안심서비스’와 반려동물 동반 ‘애완견’ 맞춤형 서비스,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의 편의 제공 ‘7개 언어 지원’ 서비스,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전화 호출 서비스’ 등을 시도해 시민들에게 호응을 유도했다.

한편 타 지자체의 향토앱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목포시는 ‘낭만콜’앱 개발에 1억원의 지원을 약속했고, 수원시는 9천980만원을 지원해 ‘수원e택시’앱 개발에 들어갔다. 향후 10억원 이상의 보조금과 홍보예산을 더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향토콜 민관협업사업 추진에 5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또 대구시는 향토콜 추진위를 구성, 경남도는 향토콜에 3-5억원의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