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더 나은 희망의 새해를 기원한다

2021년 12월 30일(목) 19:54

신축년(辛丑年) 2021년이 저문다. 교수들은 올해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에 처음 등장한 문구로 고양이와 쥐가 한데 있다는 뜻이며, 그 추천 사유가 적나라하다.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는 것이다.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였다니, 국가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는 일 아니었던가.

광주·전남도 본보가 선정한 10대 뉴스에서도 보듯 ‘다사다난(多事多難)’의 해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수많은 목숨을 빼앗은 학살 책임자 전두환, 노태우가 한 마디 사죄조차 없이 나란히 사망하면서 시민들은 분노와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 완등이라는 역사를 쓴 고(故) 김홍빈 대장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힘차게 비상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과학기술계 최고 이슈로 떠올랐다. 여순사건특별법은 73년 만에 국회를 통과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속도가 붙게 됐다.

국제스포츠도시 광주의 위상도 빛났다. 압도적인 지지로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확정됐는가 하면 호남권 유일의 여자프로배구단 ‘AI 페퍼스’가 창단식을 갖고 공식 출범, 겨울철 스포츠 시대를 맞았다. 사건 사고도 많았다. 광주 동구 학동 4구역에선 철거 중이던 건물이 도로 쪽으로 붕괴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여수에서는 특성화고교 3학년생이 잠수작업 실습 도중 안타깝게 물에 빠져 숨졌다. 안전 규정을 지키지 못해 일어난 ‘인재(人災)’로 공분을 샀다.

하얀 소의 해, 국민경제는 ‘대길(大吉)’이라 예측했지만 자영업자들은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로 가게 매출 감소에 각종 방역수칙까지 더해져 시련을 겪었다.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은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번아웃’으로도 고통받았다. 코로나로 모두 힘에 부쳤던 한 해를 보낸다. 2022년 새해엔 더 절망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호랑이의 기상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활짝 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