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어업 예산 홀대를 멈춰라 / 박진권 전남도의원 |
| 2021년 12월 30일(목)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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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농림·수산·식품 분야의 예산은 23조7천억원으로 전체 예산 대비 3.9%이다. 정부는 슈퍼 예산을 편성했다고 하는데, 농수산 분야의 예산은 ‘4%대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농어업인들에게 실망을 줬다.
농어업예산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자. 농식품부의 경우 2017년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였다. 그러나 예산이 해마다 점점 쪼그라들어 2022년도에는 2.78%로 내려갔고 해수부 예산 역시 2017년 1.18%에서 점점 퇴보해 1.06%까지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은 침묵을 유지한지 오래됐고 자영업자, 여행업계 등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더군다나 오미크론 확산 우려로 방역조치가 강화되었다. 연말 대목을 앞둔 외식ㆍ유통업계는 활기를 잃고 또다시 농수산물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까 농어촌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요소 수급 불안에 따른 무기질비료 가격 상승이 전망되고 있다. 전기차나 수소차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은 요소수 품귀와 같은 현상이 언제 다시 발생될지 전전긍긍한 상황이다.
거기에 더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알셉) 비준동의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통과됐다. 알셉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정부에서는 알셉(RCEP)이 발효되면 국내 농업생산액이 향후 20년간 연평균 77억원, 누적으로는 1천531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개별 품목의 기대 수입량을 다른 환경 변화에 대한 고려없이 국내외 가격차에만 기초를 두어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등 분석 모델에 한계가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분석 예측 모델은 현재 시점의 품목 간 대체·보완 수준, 생산기술 수준, 시장구조 등을 현재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관세가 하락하게 되면 상대국은 더 많은 농산물을 수출할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있지만, 분석 예측 모델은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항’과 ‘누적 원산지 조항’이 미치는 파급효과 피해규모 산정은 정량적으로 계산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영조차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광저우의 한 업체가 태국에 수조를 설치할 때 생산 과정에서 말레이시아산 플라스틱과 한국산 펌프를 사용했을 경우 태국, 말레이시아, 한국, 중국이 모두 알셉(RCEP) 회원국이기 때문에 누적 원산지 기준에 따라 원산지를 중국으로 간주할 수 있으므로 원산지 자격 획득 및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셉(RCEP)은 자유무역협정(FTA)과는 달리 SPS의 지역화를 인정하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농축산물 순수입국은 매우 버거운 제도이다. 그리고 식품업체가 중간 재료로 쓰는 농산물을 알셉(RCEP) 회원국 농산물로 대체해도 상품의 원산지가 국산으로 인정된다. 그렇게 되면 식품업체들이 원재료를 수입 농산물로 대거 전환할 우려도 발생된다.
정부는 농어업 현장의 체감을 존중해야 한다. 소멸위기의 농어촌 위기감을 가중시켜서야 하는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농어촌 경제는 불황 속을 헤매고 농어촌은 극심한 인력난과 폭염, 집중호우로 잦은 피해가 발생되어 적기 영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도달했다.
해마다 인건비와 자재비는 상승하고 있지만, 농수산 분야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농어촌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위한 적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농수산 분야 관련 예산 증액은 필수불가결한 사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어업은 국가의 생명산업이자 기간산업이다. 국민의 식량 주권이 달린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에 정부는 농수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한 농어업 발전을 위해 정부는 농어업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농어업을 국가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농어촌 발전이 국가 균형 발전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어업은 지켜져야 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