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자의 캔버스 산책]해바라기와 새해의 희망

2022년 01월 02일(일) 19:35

‘사랑합니다-희망6’

해바라기가 그저 좋았다. 뜨거운 태양을 쫓는 해바라기가 좋아서 캔버스에 담았다. 찬란하고 뜨거운 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빳빳이 고개를 쳐든 그 노란 씨앗덩어리에 반해 그리고 또 그렸다. 그렇게 그리기를 무려 십수년째다. 자연이건 사람이건 생명이 있다면 의지와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하는 이유도 해바라기 그림 때문이다. 화면 가득 번지는 생명력에 반하기도 했지만 그가 그린 해바라기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를 수굿하게 받아들이는 해바라기의 뚝심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왔다.

그렇게 그렸던 해바라기를 어느 날인가 작업실에 놀러왔던 어느 콜렉터가 주시했다. 그리고 관심을 가졌다. 그냥 내가 좋아서 그려본 그림이라고 했다. 팔지 않겠다고 하니 더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끝내 자신이 소장하겠다고 빼앗다시피 가져갔다. 그 후 전시회 때마다 그 콜렉터는 해바라기 그림을 찾았다. 명창은 귀명창이 있어야 가능하다. 나 역시 콜렉터의 반응에 해바라기 그림에 더욱 열성적이었나 모르겠다. 그릴 때마다 해바라기의 이그러진 모양새는 버전을 달리한다.

대망의 임인년 새해가 이글거리며 떠올랐다. 그 일렁이는 생명력을 붓 끝에 모아 해바라기에 담아내고 싶다. 예쁜 해바라기만이 아니라 고달픔을 잘 이겨낸 해바라기를. 그게 또 우리 인생살이와 닮아있다. 자신에게 다가드는 퍽퍽함을 물리치고 그 자리에 피어나는 해바라기처럼 우리도 그렇게 꿋꿋하게 가고 싶은 것이다. 임인년 파이팅.

<오치에서 화가 박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