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설 몇 마디 - 박덕은 문학평론가 |
| 2022년 01월 03일(월) 19:06 |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어느 날 몇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하나는 밭에서 밤이슬 밟고 돌아온 당신의 발자국 마디 마디에서 떨어지는 이슬방울이 자신을 키웠다는 것. 둘째는 종달새 우는 봄날, 텃밭 나락꽃 떨어지면 스러진 이슬을 보고서야 당신의 사랑을 비로소 알았다는 것. 셋째는 당신은 아침 이슬로 살아나 풀뿌리 적시고 들꽃 물들이다, 어스름녘 서쪽 하늘에 작은 별로 반짝인다는 것. 이를 아는 순간, 시적 화자는 당신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에 휩싸이게 된다. 아주 자연스레 독자의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이미지 구현과 삶의 의미가 한데 어우러져 상큼한 시심을 맛보게 하고 있다. 이런 시를 읽는 독자들은 보다 풍요로운 감성의 세계를 만나게 되어 마냥 행복하다.
▶시 ‘새, 언어의 유희’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새’라는 시어로 언어 유희를 시작하고 있다. 찰나의 새, 어느새, 그새, 눈 깜짝할 새, 새 신발, 새 옷, 새색시, 새 시집, 샛별, 새대가리, 틈과 틈이 물고 있는 새 등등. 이런 새들이 날아드는 곳은 어디든 새롭다고 말한다. 억겁의 시간을 뛰어넘기도 하는 새. 언어의 유희로 지은 집, 하지만 쇄신의 나래를 얻기 위해서는 금세 잊어야겠다고 곧바로 마음 정리를 한다. 재밌는 발상, 긴장감을 이끌어 가는 착상, 낯설게 하기가 돋보이는 시라서, 독자의 눈길이 한참이나 머물다 가게 한다. 이처럼 새로운 해석을 내리고 보여 주어, 시야를 보다 넓게 하는 시의 효용성을 여기서 만날 수 있어 아주 기쁘다.
▶시 ‘마음으로 쓰는 일기’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마음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은 어떤 일기를 쓸까. 마음의 흐름을 지켜보고 기도하며 겪었던 일들, 그 속으로 들고나는 마음, 마음 그릇을 비우고 그 자리에 변화해 가는 자아, 이를 관찰하고 지켜보고 살펴보고 기도하는 하루가 그의 일기가 되고 있다. 마음의 흐름, 마음의 비움, 그러는 중에 성숙해 가는 마음, 그 마음을 담고 있는 자아, 그리하여, 참된 ‘나’를 찾아가는 일기, 그 앞에 선 독자들은 잠시 숙연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성숙의 디딤돌이 되는 시라서, 그만큼 감동 깊다. 여기서 보는 것처럼, 시는 마음의 성숙, 그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수필 ‘어등산을 오르며’
이 수필의 서술자는 어등산 산행의 느낌을 진솔하게 펼쳐 놓고 있다. 혼자 갈 때와 친구랑 같이 갈 때의 감흥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혼자 갈 때는 길 양옆에 있는 신우대, 가파른 언덕, 정자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등을 언급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조근조근 되새긴다. 친구랑 같이 갈 때는 간식도 같이 먹으며, 나눈 이야기가 흥미 있고 풍성하다. 산행하면서, 명상하는 기분, 흙길 밟는 감촉, 새삼 바라보는 청아한 하늘빛, 자연의 수런거림 등이 모두 스승이 되어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면밀히 사색의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는 수필이라서, 읽는 동안 독자들의 자아도 함께 성숙해져 간다. 수필의 특질 중 하나를 만족시켜 주고 있어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