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백현호 作 ‘天地人-풍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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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산을 오른다. 오랫동안 품어온 소망이 임인년에 실현되길 손모아 기원해본다. 그동안 우리를 휩쓸어 옴싹달싹 못하게 했던 코로나19가 빨리 물러나기를,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과하면서 광주가 더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문화예술로 행복한 도시가 되기를. 또 있다. 청년이 떠나지 않고 오히려 광주로 되돌아 오는 도시, 꿈과 희망이 실현되는 도시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을 손을 모아 간절히 기원한다.
오랫동안 산을 그려왔다. 초기엔 전통산수를 그려왔고 20여년 전부턴 생략과 단축을 통한 미니멀한 느낌의 산을 그리고 있다. 수없이 색을 올리면서 산의 형상을 잡는다. 수많은 덧칠 속에서 작은 산들은 안으로 숨고 큰 테두리산만이 도드라진다. 마치 무등의 선같은 산이 화면 중에 자리하면서 위로 하늘, 아래로 땅임을 표시한다. 그것은 외형으론 산인 듯 싶으나 산이 아니다. 우리네 삶이다. 우리네 삶이 그렇게 더하기를 통해 산으로 드러난다.
무등은 150만명의 인구를 아우르는 큰 산이다. 봉우리도 많고 산줄기도 많으며 선과 바위, 능선도 많다. 그 능선을 면 분할을 통해 굵은 선으로 표현한다. 산의 굴곡을 선 굵은 라인으로 잡아 산을 다른 표현으로 그려낸다. 산의 능선, 능선과 능선 사이엔 예의 수 없이 쌓아올려진 색이 옅게 깊은 농담을 드러낸다. 마치 우리네 인생살이처럼…. 그리고 뼈아픈 상처도 나중엔 아름다운 사연이 되듯 그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진다. 날아오를 높이를 가늠하지 않고 뛰어오르고 떨어질 곳을 짐작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휘젓는다.
산의 능선을 잡고 색을 입히면서 산에서 기원했던 바를 똑같은 마음으로 소망한다. 모두가 잘 사는 도시, 광주가 되기를, 무등의 풍요로움을 캔버스에 담는다.
<화가·백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