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차례 민원 넣었건만”…주민들 예견된 人災 한 목소리 “공사현장 그동안 안전사고 문제가 많았다” 이구동성 비산먼지·지반침수 민원…콘크리트 낙하물 8차례 넘어 안재영 기자

2022년 01월 11일(화) 20:50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고층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외벽 울타리 너머 주차 차량 등이 건축 잔해물로 파손됐다. /사진=김영근 기자

“시공과 관련해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으나 이행 권고에 그쳤습니다. 왜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에야 이렇게 대응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구조물 붕괴 사고는 예견된 인재(人災)로 비롯됐다고 인근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건축현장과 관련해 인근 주민들은 공사 현장에서 그동안 비산먼지가 날리는 등 안전사고의 문제가 많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호하이빌문구도매상가 홍석선 자치회장은 “건축 당시부터 비산먼지와 지반 침수로 인한 피해가 커 시공과 관련해 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으나 이행 권고에 그쳤다”며 “지금까지 공사 현장에서 낙하물(콘크리트)이 떨어진 것만 8차례가 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사람이 맞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왜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에야 이렇게 대응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구청도 안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붕괴 당시 생생한 증언도 나왔다.

붕괴 건물 바로앞에 문방구에 근무하는 A(40)씨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듯한 큰 소리가 났다. 밖으로 나와보니 9층 정도 위 건물 모서리가 어딘가 타격이 가해진 듯 스르륵 무너지고 있었다. 밖으로 보이는 쪽 외 반대쪽도 무너졌다”고 잔여물 이 가득한 현장을 전했다.

그는 이어 “오후 3시40분께 사고 발생 후 1시간 정도까지 일반인 통제가 되지 않아 유튜버 들이 핸드폰을 들고 방송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대책본부가 꾸려지고 나서야 상인들은 차량통제와 안내를 받아 해산한 상태다”고 언급했다.

이날 사고를 목격한 이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붕괴 규모가 상당히 컸음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산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분진을 내며 아파트 한쪽 귀퉁이 콘크리트 구조물이 위에서 아래로 뜯겨 나가듯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현장을 영상으로 찍은 목격자는 “아…”라는 놀란 탄식만 내뱉거나, “아이고 어떻게”라고 발을 동동 구를 뿐이었다.

사고를 바로 옆에서 겪은 주민들은 순식간에 지옥을 경험했다.

땅이 흔들리는 진동과 함께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을 듣고 이웃 건물에서 뛰쳐나온 상가 주인은 직원들과 함께 먼지를 뚫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비백산 현장에서 도망가기 바빴다고 전했다.

일부 상가에는 지상으로 떨어진 콘크리트 파편이 내부로 튀어 들어오기도 했다.

바로 옆 상가와 아파트 단지 거주민 100여명도 혹시 모를 추가 붕괴 우려에 모두 대피한 상태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