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심 여사, 아들 이한열 열사 곁으로 눈물의 영결식 엄수…마지막 가는 길 200여명 추모 이용섭 시장 “민주유공자법 제정 혼신 노력 다할 것” 오복 기자

2022년 01월 11일(화) 20:50

11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의 모친 고(故) 배은심 여사 노제에 참석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헌화하고 있다./김영근 기자

“한열이와 그곳에서 평온하게 영면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35년 한 길을 걸어온 ‘시대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영결식이 11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200여 시민의 추모 속 치러졌다.

사회장 노제로 진행된 영결식에서는 배 여사의 영면을 기원하듯 하얀 눈이 내렸다.

애초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18 민주광장까지 만장과 도보 행렬이 뒤따르는 노제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취소했다.

이인숙 연세민주동문회 회장의 연보낭독으로 시작된 이날 노제는 한동건 상임장례위원장의 인사말과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배은심 여사의 영상으로 시작됐다.

이어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와 이용섭 광주시장, 박봉주 광주전남추모연대 공동대표의 추도사가 차례로 진행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배은심 여사는 불의 앞에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고통받는 약자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으신 ‘시대의 어머니’이자 민주주의의 이정표다”라며 경의를 표했다.

이 시장은 이어 “민주주의를 꽃피우며 인권을 지켜내는 것은 남아있는 자의 몫이다. 배 여사의 숭고한 뜻을 좇아, 이 땅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민주열사와 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른잎 다시 살아나’ 조가가 울려퍼지고, 장녀 이숙례 씨의 유가족 인사가 이어졌다.

장녀 이 씨는 “어머니가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낸 세월 35년은 저의 가슴 한 켠을 늘 아리게 했다. 애가 타게 보고 싶어 가슴 찢게 불러내린 어머니의 그 울음도, 절규도 이젠 들을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어머니 그곳에선 아버지, 한열이와 만나 평온하게 영면하시길 간절하게 바랍니다”고 마지막을 애도했다.

영결식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그날이 오면’이 울려퍼지며, 헌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노제를 마친 배 여사의 유해는 지산동 자택을 들른 뒤 망월묘역 8묘역에 안치됐다.

이 묘역은 배 여사의 남편이 안장된 곳으로 이 열사의 묘소를 마주보고 있다.

고(故) 배은심 여사는 지난 1987년 아들 이한열 열사가 숨진 뒤 남은 생 전부를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1988년 6월,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 산하에 호남지역의 열사 유가족들을 묶은 호남지회를 만들었다. 이후 영남지회, 수도권지회 그리고 의문사지회까지 결성되면서 지회가 유가협의 조직적 근간이 됐다.

1991년 대학생 분신 정국을 비롯해 2009년 용산참사, 2014년 세월호참사, 2016년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집회 등 억울한 죽음이나 부조리한 사회에 맞서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했다.

그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 이한열 열사가 민주유공자가 되는 것을 끝내 보지 못한 채 지난 9일 오전 향년 82세로 눈을 감았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