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작업 강행·서구청 탁상행정이 禍 불렀다 2019년 착공 후 현재까지 민원 324건…행정처분 27건 그쳐 상가협회 “민원 답변 회신에 청장 직인 찍히지도 않아” 울분 안재영 기자

2022년 01월 12일(수) 20:23

사진=연합뉴스

광주 서구 현대아이파크 신축현장 외벽 붕괴 사고는 촉박한 공사기간을 맞추려고 무리한 작업 강행, 주민들 민원에 대한 서구청의 탁상행정 등이 낳은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전 불감증’이 부른 건설 현장 사고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의 사후약방문식 땜질 처방을 하고 있어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의 총체적 부실 증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작업시간을 미준수한 채 공사를 강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화정아이파크 현장은 2019년 5월 착공해 오는 11월에 공기(工期)가 끝난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완공 시점을 지키기 위해 일요일은 물론 눈·비가 오는 악천후 속에서도 공사를 이어가며 공사를 서두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사 과정에서 소음·비산먼지가 심해 서구청 등에 수도 없이 민원을 제기했다고 전언했다.

12일 서구청에 따르면 착공 시점인 지난 2019년 5월부터 이달까지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 관련 총 32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이에 서구청은 해당 현장에 14건의 과태료를 포함해 총 27건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이 납부한 과태료 총액은 2천260만원이다.

이 가운데 2020년 2월4일 최초 작업시간(오전 7시-오후 6시) 미준수로 인한 과태료 처분 이후에도 현산 측은 2020년 5월6일, 6월11일, 2021년 6월30일, 8월23일 등 총 5차례에 걸쳐 법규를 위반했다.

이밖에도 2020년 12월부터는 공사장 생활소음규제기준을 초과한 사실이 지난해 11월까지 총 9차례 적발됐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과태료 부과·조치 이행명령 3차례, 소음·진동 발생행위 중지명령을 6차례 내렸으며 ▲면 고르기 연마 중 비산먼지 저감시설 조치 부적합 2회 ▲싣기·내리기 작업 중 살수 미흡 1회 ▲공사장 안 통행도로 살수 조치 미흡 등의 항목도 적발해 ‘개선 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가운데 인근 상가협회가 넣은 민원에 대해 서구청이 회신한 답변에 구청장의 직인이 찍히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서구청의 행정이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에 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가협회 관계자는 “청장의 직인이 찍힌 공식 서류를 요청했으나 정보공개 청구를 하라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며 “민원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고 처리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