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광주땅 최초 이야기](37)지명지록 광주호 주변 개선사지 석등 화사석에 첫 등장 1145년 삼국사기지리지에 무진주·노지·복룡헌 기록 신증동국여지승람 지명 중 양림·삼각·희경루 등 포함 2020년 96개 행정동·202개 법정동…호랑이 관련 지명 12개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

2022년 01월 13일(목) 20:24

금곡동 범산(향토지리연구소,2022).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새주소(도로명) 정책이 선다. 2014년 전면사용에 이른다. 현재 광주시에는 북구 3천940개를 포함, 1만3천461개명이 부여돼 있다. 본청과 5개 구청 민원봉사·토지정보과 업무담당자는 18명이다. 자문형식 비상임 지명위원과 도로명위원은 각각 9명과 7명이다.

광주최초 지명기록은 광주호변 높이 3.5m 개선사지석등 화사석 136자 중에 보인다. 891년 10월 오호비소리(烏乎比所里) 공서와 준휴에게 ‘석보평’(石保坪) 물갓논 4결과 오지논 10결을 샀다는 대목이다.

개선사지 석등(향토지리연구소,2022).

1872년 창평현지도 중 개선사지(규장각).

18세기 ‘비변사방안광주지도’에 환벽당과 함께 석보면, 1872년께 ‘창평현지도’에 개선사지가 그려져 있다. ‘호구총수’에는 동(東)1면 으뜸마을로 석보리가 7동네와 함께 눈에 띈다. 덕의동 북편 100m, 담양군 가사문학면 학선리 593번지에 위치한 석등은 보물 제111호다.

18세기 비변사방안광주지도 중 석보면(규장각).

1145년 ‘삼국사기지리지’에 무진주(武珍州), 노지(奴只), 복룡현(伏龍縣)이 기록돼 있다. 1958년 신태현은 무진은 물들(水入), 노지는 냇(川), 복룡현은 풋밑골(靑下城)로 풀었다. 15세기 ‘고려사지리지’에 광주명칭 내력이 정리돼 있어 요약한다.

해양현(海陽縣)은 본래 백제 무진주로 노지라고도 한다. 신라가 차지해 도독(都督)을 두고, 757년 무주(武州)로 고쳤다. 892년 견훤이 후백제라 칭한 도읍(都邑)은 얼마 후 전주로 옮긴다. 940년 광주(光州), 1259년 익주(翼州), 1310년 화평(化平), 1362년 무진(茂珍)이 된다. 광산(光山)과 익양(翼陽)은 별호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27개 땅 이름이 나온다. 무진도독 때 토성은 둘레 2천560보이고, 읍석성과 고내상석성은 972·625보다. 무등산은 꼭대기에 줄바위가 수십 개며, 삐쭉하게 선 것이 높이가 백여 자나 된다. 부곡 양과(良瓜)와 경지(慶指), 도기소 이재(梨岾), 역 경양(景陽)과 선암(仙岩), 나루 벽진(碧津)과 거진(巨津), 둘레19·높이70자 궁수(弓樹)도 적혀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75개 지명 중에는 양림·삼각·건지·어등산, 건(巾)·칠천(漆川)과 혈포(穴浦), 석서정(石犀亭)과 희경루, 보지(普智)·금물제지(今勿梯池)가 있다. 극락원과 성거사 포함 원터 12개와 절 8개, 장불동과 석보리도 보인다. 1682년 제작된 ‘동여비고’의 토대가 된 것으로 짐작된다.

19세기 고산자는 ‘동여도’와 ‘대동지지’에 고읍(古邑)을 비롯해 83개와 123개를 필사, ‘대동여지도’에 극락평 포함 34개를 판각한다. 14개 범례(지도표) 중 네모흑점은 창고로 광주 동·서창과 나주 북창이 새겨져 있다. ‘대동여지전도’를 보면 경양역에서 한성까지 거리가 720리로 나오나, 영산강 본류는 없다.

19세기 김정호 필사본 동여도 중 광주일대(규장각).

1910년 ‘조선지지자료’에 47면 1천671개 지명이 실려 있다. 야평(野坪) 934개를 비롯 산곡(山谷) 225개, 주막 187개, 고개 109개, 보제언(洑堤堰) 90개, 강천계간(江川溪澗) 81개, 시장 12개, 고비(古碑) 10개, 도진(渡津) 7개, 고적명소 6개, 사찰 4개, 역(驛)과 성보(城堡) 각 2개, 원(院)과 지(池) 각 1개다. 관동면 144개 중 야평이 121개다. 광주소속 지한면 77개 중 산곡이 32개다. 주막은 도림면이 14개로 가장 많다.

1914년 부군면리동 명칭이 재편된다. 광주군 면이름(소재지)은 광주(서광산), 지한(소태), 석곡(등촌), 우치(용전), 본촌, 비아, 하남(구방), 임곡, 송정, 동곡(침산), 서창(세동), 대촌(지석), 극락(유촌), 서방(풍동), 효천(진제)이다. 나주군 삼도(대야)·본량(평촌)·평동(옥동)면은 1949년 광산군, 1988년 광주직할시에 속한다.

1947년 광주시내 41개 동명이 정해진다. 지금 법정동(舊名)으로 학(鶴岡)·금·남·광산·금남로(明治)1-5가·충장로(本)1-5가·대의(大和)·궁·황금·불로(不動)·호남·수기(奇屋)·장(旭)·동명(東)·서석·대인(大正)·북·누문·양(泉)·서·구(龜岡)·사·양림·유·임·계림(昭和)·산수(山手)·지산·방림·백운·월산·농성·광천동이다.

광주시는 1957년 51개 운영동과 122개 법정동, 1961년 8개 출장소(중·동·서·남·북·지산·서창·대촌)로 개편한다. 1991년 향토문화진흥원에서 펴낸 ‘광주동연혁지’에는 동·서·북구 49개, 광산구 97개 법정·행정동 유래가 수록돼 있다. 2000년 남구 마을(동)지도 발간된다. 2020년 말 96개 행정(운영)동과 202개 법정동(토지)으로 편성돼 있다.

1884년 미군 죠지포크(Foulk)는 지금 문흥동성당 언저리 ‘평교점’에서 자고 썼다. 평상다리는 비교적 단정하게 보이는 커다란 농가들이 있는 꽤 큰 마을이다. 주막에는 좁고 긴 마당이 있다. 북적거리긴 했지만 추운 날씨에 충분히 아늑하다. 내가 차지한 곳은 약제사 주인방이다. 크기는 가로 3m 세로 2.4m로 종이도배는 전체 글자로 덮여 있다. 한자로 이름을 써 붙인 50개 서랍 나무궤와 저울접시, 150여개 약초종이주머니가 걸려 있다.

1925년 최남선은 무등산 꼭대기 ‘천왕봉’에 올랐다. 공교로이 된 층계로 정상에 올라가니 표목에 큰 글씨로 3천980피트, 토끼만 있는 곳에서는 범 노릇도 할 만한 높이다. 천왕은 ‘밝(아래아)’, ‘불’이다. 거의 의심 없을 일이다.

광주시는 1978년 가로명 24개를 최초로 지정한다. 1983년 4개, 1988년 1개, 1991년 15개를 추가로 정한다. 인물(호)를 딴 것이 9개(충장·금남·제봉·경열·의재·송강·구성·죽봉·서암)다. 현재 도로명에는 34명이 들어있다.

1980년대 초 한글학회는 ‘한국지명총람’ 전남편을 발간한다. 올 임인년, 광주시와 광산군내 호랑이(범) 관련 지명을 살피니 12개다. 금곡동 범박골에 범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는 형국이다. 유규중(82) 노인회장은 ‘큰·작은섬배’라 전한다. 평동 연산과 동곡 요기 경계에 범봉(63m), 삼도 양동 범바우산(48m)이 있다. 범바우(호암)는 양과, 석문, 매월, 임곡, 장등, 노대, 송하, 운수에 있다.

지명은 명명된 시대를 담고 있다. 경관이 변해도 화석처럼 남아있어 복원 실마리가 된다. 땅이름은 큰 문화자산이며, 시민 합의체다. 작명과 풀이가 바로서야 한다. 새 정부는 현 도로명주소에 미련을 버리기 바란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