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해 바래길 10코스(남파랑길 42코스)

산과 바다, 농경지와 마을이 함께 만든 풍경화

2022년 01월 18일(화) 19:18
남해도에서 남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외딴섬 소치도는 원뿔형으로 솟아 오가는 배의 등대역할을 해준다. 햇빛이 만들어준 윤슬이 앵강만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바다에 떠 있는 어선들은 윤슬의 따스한 기운에 낮잠을 잔다.
앵강만이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다. 쓸쓸하게 겨울을 나고 있는 바다는 한적하고 평온하다. 오늘따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유난히 차갑고 거세다. 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에서 신전숲으로 들어선다.

신전숲은 앵강만 안쪽 해안가 1천 평에 조성된 활엽수림으로 4백여 년 전부터 마을주민들에 의해 가꾸어졌다. 앵강만을 바라보고 있다 해서 앵강다숲으로도 불린다.

신전해변에서 화계해변에 이르기까지는 넓은 갯벌지대를 이룬다. 이곳 갯벌에서는 개불, 바지락, 고둥, 게 등 다양한 해산물이 잡힌다. 갯벌에는 돌로 둥그렇게 쌓아 만든 석방렴 두 기도 있다. 해변을 따라 걷는데 앵강만이 거대한 호수처럼 잔잔하다. 앵강만은 설흘산과 호구산, 금산 같은 산에 포근하게 감싸여 있다.

해변길을 걷다가 화계마을 골목길로 들어선다. 골목으로 접어들자 느티나무 거목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마을 안쪽 농경지에서는 마늘과 시금치가 겨울철이지만 푸릇푸릇하다. 마늘과 시금치는 남해의 특산품이다. 시금치는 겨울철에 가장 맛있는데, 한겨울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1024번 지방도로를 건너 농로를 따라 가는데 호구산과 송등산이 다정한 형제마냥 나란히 서있다. 호구산 정상부위는 바위봉우리를 이루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 바위가 호랑이를 닮았다고 여긴다. 호구산(虎丘山)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구산을 바라보며 경사지를 따라 올라간다. 호구산을 바라보며 걷다가 뒤돌아보면 앵강만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바래길은 호구산 자락 임도를 따라간다.
남해 미국마을은 호구산을 등지고 앵강만과 금산을 바라보며 남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삼동면 독일마을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은퇴 후 모국생활을 위해 조성된 마을이라면, 미국마을은 모국에 돌아와 노후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재미교포들을 위해 만들어진 마을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길 아래로 미국마을 뒤편에 도착해있다. 미국마을은 호구산을 등지고 앵강만과 금산을 바라보며 남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마을은 미국풍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22가구의 주택과 민박형 펜션으로 이뤄져 있다. 삼동면 독일마을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은퇴 후 모국생활을 위해 조성된 마을이라면, 이곳 미국마을은 모국에 돌아와 노후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재미교포들을 위해 만들어진 마을이다.

미국마을을 지나 산자락 임도를 따라 걷는다. 길 위쪽은 숲이지만 아래쪽은 밭이어서 앵강만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걷는 행운을 누린다. 산과 바다, 농경지와 마을이 조화를 이룬 풍경화가 아름답고 푸근하다.

잠시 솔숲 그윽한 숲길을 지나 1024번 지방도로로 내려선다. 10분 쯤 도로 갓길을 따라 걷다보니 두곡해변에 닿는다. 해변으로 내려서자 두곡방파제와 연결된 작은 바위섬 꼭두섬이 길손을 맞이한다. 도저히 뿌리를 내릴 수 없을 것 같은 바위에 몇 그루의 소나무가 서 있다. 놀라운 생명력이다.

해변은 타원을 그리면서 길게 이어진다. 짧은 모래사장을 지나자 몽돌해변이 등장한다. 해수욕장 안쪽으로는 길게 소나무 방풍림이 조성돼 바람으로부터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해주고,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막이 돼준다. 두곡마을과 월포마을을 잇는 두곡·월포해변은 폭이 70m 정도로 좁은 편이지만 길이가 900m에 달한다. 앵강만 안쪽에 위치해 안온한 느낌을 준다.
두곡마을과 월포마을을 잇는 두곡·월포해변은 폭이 70m 정도로 좁은 편이지만 길이가 900m에 달한다. 앵강만 안쪽에 위치해 안온한 느낌을 준다.

길은 두곡해변에서 월포해변으로 이어진다. 두곡해변은 몽돌해변이지만 월포해변은 모래해변이다. 나란히 붙어있는 해변인데 한쪽은 몽돌, 다른 쪽은 모래라니 신비롭기 그지없다. 활처럼 휘어진 해변의 몽돌과 모래는 앵강만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행복하게 어울린다.

남해도에서 남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외딴섬 소치도는 원뿔형으로 솟아 오가는 배의 등대역할을 해준다. 햇빛이 만들어준 윤슬이 앵강만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바다에 떠 있는 어선들은 윤슬의 따스한 기운에 낮잠을 잔다. 인적 없는 겨울 해수욕장에서 텅 빈 충만감이 느껴진다.

해변에 자리한 월포마을을 지나 언덕 위 숲길과 밭길을 지난다. 숙호마을 앞 농로를 따라 해변으로 나아가니 숙호숲이라 불리는 해송숲이 바닷바람을 막아서고 있다. 숙호해변은 아담한 몽돌해변이다. 몽돌이 훤히 보일 정도로 남해의 바닷물은 맑고 깨끗하다.
앵강만을 둘러싸고 있는 금산과 호구산, 송등산, 설흘산 같은 산들은 수평을 이룬 바다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상태로 내륙 깊숙이 파고 든 앵강만은 아홉 개 마을을 품고 있다.

앵강만을 둘러싸고 있는 금산과 호구산, 송등산, 설흘산 같은 산들은 수평을 이룬 바다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상태로 내륙 깊숙이 파고 든 앵강만은 홍현, 숙호, 두곡, 월포, 용소, 화계, 신전, 원천, 벽련마을 등 아홉 개 마을을 품고 있다. 오랜 옛날부터 이곳 주민들은 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당삼아 마을을 이루고, 반농반어 생활을 해왔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는 대대로 이 땅을 지켜온 사람들의 문화가 스며있다.

숙호해변을 지나 홍현마을로 향한다. 홍현마을 앞 해변에도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방풍림이 조성돼 있다. 이곳 남해군 남면 홍현리 해라우지마을은 전복, 해삼, 멍게, 소라, 문어가 자생하는 청정해역으로 약 200년 전에 앵강만에서는 최초로 석방렴을 만들어 어로활동을 해왔다. 창선교 근처에 지금도 남아있는 대나무로 만든 죽방렴과 바다에 돌담을 쌓아 만든 석방렴 모두 전통적인 고기잡이방식이다.

홍현해변을 지나 가천다랭이마을로 가기 위해 1024번 지방도로 아래쪽 숲길을 따른다.

다랭이마을로 이어지는 숲길을 걷다보면 종종 푸른 바다가 보인다. 앵강만을 벗어나자 바다는 망망대해를 이룬다. 남서쪽 멀리 여수 돌산도와 금오열도가 바라보인다. 산길을 걷다보면 옛 전투경찰 초소를 만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홍현마을에서 오는 오솔길은 과거 전투경찰들이 경비초소를 오가며 다녔던 길이다.
가천다랭이마을 암수바위. 남자의 성기를 닮은 높이 5.8m, 둘레 1.5m의 수바위와 아기를 밴 배부른 여인 형상의 높이 3.9m, 둘레 2.5m 암바위가 나란히 있다. 마을주민들은 수바위를 미륵불로 봉안하고 매년 제사를 올린다.

가천마을 다랭이논은 가파른 경사지에 층층이 석축을 쌓아 만들어졌다. 산비탈에 만들어진 논이다 보니 구불구불하고 폭도 좁다.

숲길을 벗어나자 다랭이논과 가천마을이 나타난다. 가천다랭이마을은 아기자기한 바위봉우리를 이룬 설흘산이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가천마을 다랭이논은 가파른 경사지에 층층이 석축을 쌓아 만들어졌다. 산비탈에 만들어진 논이다 보니 구불구불하고 폭도 좁다. 다랭이논의 아름다움은 척박한 땅을 일궈 생계를 유지하려는 우리의 선조들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다.

가천다랭이마을에는 겨울철임에도 관광객이 많다. 유명관광지가 되다보니 올 때마다 마을은 몰라보게 변해 있다. 전망 좋은 곳곳에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고, 펜션이 늘어나는 등 변화를 겪고 있다. 옛 모습 그대로인 다랭이논에서는 마늘과 시금치가 겨울을 나고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해 바래길 10코스는 금산과 호구산, 설흘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앵강만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신전숲을 비롯해 해변마을 방풍림을 만나고, 가파른 경사지를 일궈 농사를 지은 다랭이논도 만날 수 있다. 남해 바래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구간이다.
※코스 : 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신전숲)→화계마을→미국마을→두곡 월포해변→홍현해변→가천다랭이마을
※거리, 소요시간 : 15.6㎞, 6시간 30분 내외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경남 남해군 이동면 성남로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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