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사회 / 오창식 원장

2022년 01월 19일(수) 19:43

오창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남직업능력개발원장

안전 불감증이란 “위험에 둔감해지거나 익숙해져서, 위험하다는 생각이나 의식을 못 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우리사회는 매일매일 정보를 SNS, 미디어, 신문 등을 통해 세계구석구석 사건사고가 수없이 전달되고 접하면서 살아간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어언 3년이 되어 가고 있으나 코로나는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면서 지구촌은 감염의 공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조만간 팬데믹은 극복하리라 확신해본다.

그러나 코로나19에 온 세상이 집착하다보니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수 보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다.

최근 희생을 마다않고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를 위해 화마 속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잃은 순직 소방관에 이어 광주아파트 붕괴사고라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대도시에서,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대기업의 시공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니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가!

우리는 위험에는 아랑곳하지 않다가 설마 하는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백명의 꽃다운 청춘의 생명을 잃은 경험이 있다. 온 국민이 비통에 빠져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다. 온 국민이 트라우마(trauma)에 빠져 여전히 분노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약속하고 안전강국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약속을 위해 우리는 온 나라구석구석에서 촛불을 들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리고 그 꽃다운 수백 명의 영혼 앞에 맹세를 했다. 다시는 세월호 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하지만 벌써 그 약속을 잊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할 때인 것 같다.

과연 우리나라가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달성한 선진국인가 반문하고 싶다. 돈이 많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과 정부의 의식수준이 높아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공동체에서 해(害)가 되지 않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압축적 경제성장 속에서 “빨리 빨리”가 최우선이 되는 전근대적 유전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 건물도 빨리 지어야 하고, 차량도 빨리 달려야하는 유전자가 국민과 정부에 내재되어 있는 듯하다. 삽시간에 펄펄 꿇는 냄비 물에 화들짝 놀라 뛰쳐나온 개구리처럼 우리사회는 “설마 그렇게 빨리 펄펄 물이 끓을까?”하는 안일한 근성이 남아있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정확히 우리사회의 중병인 ‘안전병폐(安全病弊)’의 사회상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유사한 작은 사고와 징후가 선행한다는 경험적인 법칙이 ‘하인리히 법칙’이다. 무책임한 사고에는 광정(匡正)으로 일벌백계해야하고 안전 불감증에 대한 국민의식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코로나19팬데믹 속에서 작은 희망을 가지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반드시 극복되어 온 나라에서 사람들이 북적대는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임인년(壬寅年)은 ‘대한민국’호를 이끌어갈 선장을 뽑는 대선의 해이다. 우리 온 국민 그리고 모든 공직자는 각자 위치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안전 불감증의 사회에서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는 대한민국이 되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