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이 뭐길래…광주 ‘나이키 노숙’ 진풍경 “‘에어 조던 골프화’ 판매” 소문에 전날부터 50여명 줄서 “되팔면 최대 10배”…대기업도 ‘신규 유입 마케팅’ 활용 양시원 기자

2022년 01월 19일(수) 22:28

지난 14일 오전 광주 서구 세정아울렛 매장 입구. 한정 판매 신발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밤을 새서 기다리는 등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독자 제공>

“적은 돈으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리셀(Resell : 재판매)’이 20-30대 MZ세대의 재테크로 떠오르고 있다. 스니커즈·운동화 등 10만원대의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 한정판을 잘만 ‘겟’하면 리셀 시 최대 10배까지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판은 말 그대로 한정 수량만 출시되는 제품이라 당첨이 되거나 차례가 돼야만 구매할 수 있다. 즉 돈이 많고 시간이 많아도 구할 수 없는 이른바 ‘희귀템’이라는 속성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최근에는 이같은 트렌드를 겨낭, 신생 기업은 물론 신세계 같은 대기업들도 신규 회원 유입과 기존 회원의 관심 재고에 래플(Raffle) 또는 드로우(Draw)라 불리는 랜덤 추첨, 선착순 판매 방식을 통해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광주 서구 세정아울렛 매장 입구에는 오픈 전인 이른 시간부터 5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두터운 외투를 걸친 채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줄을 선 사람들 가운데는 전날부터 이곳에서 밤을 보낸 듯 텐트와 담요 등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정판 재판매 플랫폼 크림(kream)에 올라온 ‘에어 조던 1 로우 골프 시카고’ 제품.

이들이 줄을 선 이유는 이날 오전 전국적으로 나이키 매장에서 ‘에어 조던 1 로우 G’ 골프화를 한정 판매하는데, 광주에서는 해당 아울렛 내 입점 매장에서 신발을 판매한다고 ‘슈테크족’(슈즈+재테크)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이날 신발을 사기 위해 전날 밤부터 노숙(?)을 했다는 대학생 정모(26)씨는 추위에 떨면서도 자신 앞에서 판매가 마감될 수도 있다며 계속해서 자신 앞에 있는 사람 수를 세어보는 등 차례가 올 수 있을 지를 가늠했다.

정씨는 “시장을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어도 이만큼 확실한 투자가 없다”며 “특히 다른 투자와 달리 최소 본전은 건질 수 있고 희소성 있는 신발 같은 경우 운이 좋으면 10배가 넘는 차익을 얻을 수도 있어 큰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신발은 나이키의 ‘Jordan 1 Low Golf Chicago’ 제품으로, 매장 판매가는 17만9천원이지만 3일이 지난 17일 기준 운동화 리셀 거래소에서 가격은 사이즈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저 57만9천원에서 최대 7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리셀은 수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고 가상화폐나 주식처럼 손실 위험이 크지 않은 데다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해 젊은층에서 그야말로 ‘핫’하다.

이에 대기업들도 신규 회원 유입 및 기존 회원 관심 제고를 위해 한정 판매와 래플 등의 패를 꺼내 들거나 본격적으로 리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최대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지난 2020년 3월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을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운영, 스니커즈 리셀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를 운영하는 법인 나매인을 인수했다.

또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지난해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서비스인 솔드아웃(soldout)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한편, SSG닷컴은 오는 23일까지 첫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럭키 드로우’ 이벤트를 진행한다. 응모 고객 중 추첨을 통해 나이키와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협업해 내놓은 한정판 스니커즈와 보테가베네타·르메르 등의 인기 핸드백 등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