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순의 '문화터치']뮤지컬 ‘광주’, 시즌 3 엮는다 |
| 2022년 01월 20일(목) 1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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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뮤지컬을 통해 80년 5월의 광주를 대중화, 세계화시키려는 취지에서 제작되었다. 국가권력에 무너져간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가 주요 서사다. 5월 광주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폭력시위를 조장하기 위해 투입된 편의대(특수부대) 박한수가 광주시민의 참상과 항거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인간적 고뇌와 변화를 담았다. 실제 주인공 윤상원 열사를 모티브로 삼아 광주민주화 운동의 한복판을 살다간 모든 이들을 기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과 광주 모두 매회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기립박수가 이어진 바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환호한 것은 아니다. 시즌1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가 있었다. 바로 편의대의 등장과 역할이다. 편의대의 등장은 그렇다 쳐도 그들이 시민봉기를 촉발하려 했다는 점에 대해 관람객, 특히 광주의 오월을 경험한 시민들의 거부감이 컸다. 물론 극에선 편의대의 도발적 행위에도 시민들은 총을 들진 않았다. 심리전의 일환으로 시민들에게 총을 들게 하려는 편의대의 노력이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특히 시즌1의 첫 씬에서 편의대의 칼각에 맞춘 노래와 퍼포먼스는 누가 보아도 멋있었다. 이를 본 관람객들은 마구 손뼉을 치다가 멈칫했다. 뮤지컬 ‘광주’ 관람 중 첫 번째 환호가 편의대에 보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머쓱해졌었던 것이다.
이는 시즌1 때부터 지속적으로 따라 붙은 지적이었다. 고선웅 연출과 제작팀은 곧바로 수정의 수정을 거듭하며 대응했다. 그 결과 시즌 2에선 편의대가 다소 약화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편의대원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시즌 2 이후 진행된 평가회 때 많은 이들이 편의대의 역할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제 시즌 3다. 더욱이 잘 하면 올 가을엔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창작뮤지컬 ‘광주’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해서, 광주문화재단과 제작사는 이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가 1월19일 미팅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공연(4월15-5월1일)까지 불과 3개월여가 남아있다. 이 기간 동안 편의대를 완전 들어내거나 축약하는 대본 수정은 물리적으로 힘들다. 그럼에도 최대한 그 흐름은 덜어내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고선웅 연출과 황풍년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설전의 설전을 거듭했다. 황대표는 대본수정을 강력 요청했다. 5.18민주화운동은 광주시민 스스로 국가폭력에 맞서 떨쳐 일어선 민중 봉기였다, 한데 마치 외부 세력인 편의대원에 의해 자극되었다는 설정으로 비쳐져 대단히 위험하다고 했다. 이건 역사적 진실과 괴리가 있는 거라고 피력한다. 고선웅 연출도 물러서질 않는다. ‘광주시민들은 폭도가 아니었다’를 편의대원의 등장으로 더 부각시키고자 했다는 거다. 편의대원들이 심리적으로 시민들을 들쑤셔도 시민들은 그에 휩쓸리지 않고 총을 들지 않다가 폭력적인 진압에 맞서 결국 총을 들었다는 것으로 전개된다며 이해를 구했다. 언제까지나 무겁고 어둡게 그리고 슬프게만 광주의 오월을 표현할 거냐고 했다. 이제 광주의 오월은 페스티벌로 전개되어야 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렇게 양측의 입장은 첨예했다. 자칫 저러다 판이 깨져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모두에게서 광주를 진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왔다.
이제 3개월 후 시즌 2와는 다른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시즌3에도 여전히 무엇인가 부족할 수 있다. 그러면 또다시 보완하고 채워 나갈 것이다. 또 있다. 시즌3에선 시민의 배역에 광주출신 배우들이 캐스팅된다. 이미 공개오디션을 진행 중이며 이중에서 몇몇이 광주시민으로 광주의 오월을 노래하게 될 것이다. 뮤지컬 ‘광주’를 영글어가게 하겠다는 우리의 의지와 실천력이 필요한 때다. 결코 물러서지 않고 뮤지컬 ‘광주’를 오월의 대표 콘텐츠로 만들어가겠다. 서로의 힘을 합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