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롯데갤러리, 신년맞이 초대전 ‘호.연.지.기’ 개최 빛고을 청년작가, 현대 미술 ‘변화의 싹’을 보다 이인성·이세현·유지원·하루K 야요이 쿠사마 등 유명작가와 작품세계 등 공통분모로 매칭 최명진 기자

2022년 01월 23일(일) 16:52

‘호랑이 해에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공통분모를 지닌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롯데갤러리는 오는 3월13일까지 신년맞이 매칭 초대전 ‘Match Making : 호연지기’를 개최한다.

광주 지역 청년작가 네 명을 선정해 그들의 작품세계와 맥락을 같이하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을 매치시킨 자리다.

이번 전시는 예술적 실천의 결, 형식과 매체, 예술적 주제, 지향점, 작가적인 고민과 소통의 열망을 공유하는 이들을 매칭, 작업의 지평을 새롭게 진단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에 참여하는 모든 작가들은 사회의식과 작가로서의 실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이다.

갤러리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눈금 잣대. 역설적인 의미가 담긴 도구로 예술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가장 먼저 갤러리 입구 명패 바로 옆의 눈금 잣대가 눈에 띈다. 역설적인 의미가 담긴 잣대로 현대미술은 무엇인지, 갤러리 윈도에 걸리는 작품은 어떤 기준을 갖는지 등 예술적 가치에 대해 미술 시장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유지원 작가와 허구영 작가의 콜라보레이션. 유 작가의 ‘집 Trace untile’에 허 작가가 그림자 눈금을 표시했다.

이는 작가 유지원과 허구영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시장 한편에 집 모양의 형체가 보인다. 유지원 작가의 작품 ‘집 Trace untile’이다. 작가는 ‘가치의 재구성’이라는 주제 아래 사회에서 버려지거나 무시돼 온 것들을 다룬다. 그의 작품들은 개인이나 집단의 기억 속 깊숙이 자리잡은 것들의 가치, 흔적들을 이야기한다. 이에 개념미술 작가인 허구영 씨가 ‘역설적인 잣대’로 합세했다. 그림자의 길이를 재 예술의 가치를 재구성한 것. 이들은 사회적 맥락 안에서 버려지거나 잊혀진 개념, 물질, 관계에 특이한 질서를 부여하거나 해체하는 작업을 통해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해나간다.

이인성作 ‘어느 공원’과 ‘그들이 말하는 것’ <광주롯데갤러리 제공>

윤정선作 ‘빨간 벤치가 있는 풍경’ <광주롯데갤러리 제공>

인물의 형상과 함께 주황색 점들이 가미된 작가 이인성의 작품 또한 시선을 집중시킨다. 주황색 점은 우리의 이상향이나 삶의 방향일 수도 있고, 우리가 좇는 꿈을 표현하기도 한다. 바로 옆에는 윤정선 작가의 작품들이 마련돼있다. 그의 회화는 인물이 배제된, 철저히 비워진 모란디의 정물화가 떠오른다. 이인성과 윤정선은 작가의 내면과 사회적 자아의 기록을 ‘회화’라는 매체로 표현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작가 모두 삶과 예술, 개인과 사회적 현대인의 삶 사이에서 고뇌하는 작가의 내면을 다룬다.

이세현作 ‘Boundary_노근리’ <광주롯데갤러리 제공>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모티프로 활동하고 있는 이세현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돌을 던짐으로써 그 공간에서 벌어졌던 역사적인 사건이나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이는 예술적 실천을 통해 시대의 이슈가 담겨야 한다고 여기는 무스타파 훌루시의 철학과 맥을 함께한다. 또한, 이들에게 경계나 벽은 우리 안의 편견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사고들이다.

하루K作 ‘맛있는 산수(과일빙수)’ <광주롯데갤러리 제공>

작가 하루K는 음식으로 표현되는 물질과 산수를 상징하는 정신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우리 삶의 문제를 초현실적이며 유희적인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호박이나 과일 등 작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오브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야요이 쿠사마와 닮아있다. 물질과 정신의 조화로운 모습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예술은 생존의 문제이며 기쁨이고, 모두와 나누고 싶은 이상향이다.

전시 기획을 맡은 광주롯데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광주지역 작가 활동을 장려하는 동시에 국제적으로 인지도 있는 작가를 지역에 소개하고자 하는 노력과 그 흐름을 같이한다”며 “지역 청년작가들이 국내외 작가들과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교류를 모색하고, 작품세계에 전환점이 되는 단초를 찾거나 혹은 미래에 함께 프로젝트를 도모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