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행복한 우리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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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명인들은 글보다는 그림을 좋아했다. 세계적 문인들이 여자 누드를 묘사하는데 수 백개의 단어를 사용했다. 반면 화가들은 단 몇 개의 선만으로 매우 우아하게 표현했다. 불후의 문학작품을 남긴 작가들이 그림을 사랑한 이유다. 1916년 신경쇠약으로 고통을 받던 헤르만 헤세는 치료를 위해 그림그리기를 권유받았고 마흔 살에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후 그는 사망하기 전까지 3천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글 쓰기만으로 부족했던 감성을 그림을 통해 채운다. 헤세는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힘든 시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림이 아니었다면 이미 오래 전에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그림이 자신의 작품에 좋은 영감을 주었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부터 ‘데미안’(1919) ‘싯다르다’(1922) ‘황야의 이리’(1927) 등 명작을 내놓았다. 볼프강 폰 괴테는 변호사이자 화가였던 아버지에게서 미술적 재능을 물려받아 그림에 몰두했다. 시인 극작가 소설가 미학 및 문학 비평가였으며 6개 국어에 능통한 하늘이 내린 천재였다. 하지만 그가 정작 만족감을 느낀 것은 그림이었다. 괴테는 시와 그림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라고 믿었다.
헨리 밀러에게 글쓰기가 힘든 노동이었다면 그림은 즐거움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밀러는 휘파람을 불고 콧노래를 불렀고 발을 굴러가며 춤을 추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때만 화가처럼 볼 수 있다. 화가의 눈은 사랑이고 소유욕으로부터 자유다라고 하였다. 어쩌면 필자는 헨리 밀러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양과동에서 노의웅미술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