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주민자치인가? 단체자치인가? / 김병도 |
| 2022년 01월 23일(일) 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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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고대국가가 성립된 계속해서 왕정, 즉 중앙집권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단 한 번도 지방분권의 역사를 실현한 적이 없다. 만약 지방분권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면 춘향전에서 변학도와 이도령의 관계는 전혀 다르게 쓰였을 것이다. 중앙집권세력인 이도령과 지방분권세력인 변학도였다면 춘향전의 스토리는 변학도가 이도령을 제거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변학도 또한 중앙에서 파견 나온 관리자에 불과했기 때문에 더 높은 지위와 권한을 가진 중앙관리자였던 이도령에 의해 처벌받게 된 것이다.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가 단체자치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주민자치를 실시하자고 하면 반발이 세다. 특히, 공직자와 지방의회의원들은 주민들이 갑질을 한다. 역량이 부족하다고 앞다투어 만류하는 분위기다. 글쎄? 적잖이 맞는 표현들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시대에 갑이 누구여야 하는 것일까? 당연히 주민이 되어야 한다. 역량이 부족하다는 표현도 난센스다.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수많은 시행착오와 학습을 통해서 우리는 일을 수행해 나간다. 단 한 번도 교육과 실천할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주민자치는 실수와 실수의 연속이어야 정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역사상 초유의 현상이 아닌가 말이다.
새로운 인식을 공감하고, 그 공감을 행동으로 옮겨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패러다임이 바뀐다. 바꿔야 바뀐다는 말이 있다. 미증유의 길을 걸어가는 역사의 길목에서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번뇌를 되새겨야 한다. 청소년기를 거치지 않은 어른이 없듯이 질풍노도의 주민자치는 필수불가결하다. 지금 이런 갈등과 학습을 거치지 않으면 우리 후세들이 겪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선진 제도를 도입해서 민주화 이후의 참 민주적 가치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주민자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이유다.
주민자치가 우리가 만든 제도가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의 길을 걷고 있는 나라들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는 제도다. 수 천년동안 중앙집권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지방분권은 생소하고 어려운 제도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반드시 건너가야 할 우리의 지향이다. 일제강점기가 종식되리라고 생각했던 국민이 몇이었을까! 초가집에 살던 촌부가 생전에 타워팰리스에서 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군부독재가 종식되고 민주주의가 꽃피우라고 예측했던 사람들은 극소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눈부시게 해방되고, 경제성장을 이뤘고, 민주화를 이뤘다. 세계속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나라로 불리우고 있다.
자치는 중앙의 권한이 자치단체에 위임되는 단체자치와 주민의 권한이 자치단체에 위임되는 주민자치가 있다. 모두 자치라고 불린다. 현재 우리는 주민자치를 이상향으로 두고 단체자치를 근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단언컨대 군부독재가 민주화되는 것보다 단체자치가 주민자치화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길을 건너가야 한다.
향후 30여 년 이후 미래를 그려본다. 주민이 스스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크고 작은 문제를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같이 의사결정하며 살아간다. 조례와 규칙을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직접 투표를 통해 의결한다. 지역내 쓰레기, 청소, 하천정비, 상하수도, 통신, 전기, 도로 등 크고 작은 불편을 수시로 제안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명령에 따라 행정을 집행한다. 주민자치가 생활화된 모습의 일부다.
특정 제도가 만능은 아니다. 오직 역사의 발전에 순응하며 제도 또한 발전하고 성장한다. 지금까지 단체자치에서 살아왔다면 이제 주민자치로 새로운 자치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