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내부 첫 공개…곳곳 위험천만 ‘지뢰밭’ 금이 간 벽면·매달린 콘크리트 언제든 무너질 수 있어 겹겹이 쌓인 잔재물 탓에 수색 어려워…“최악의 상황” 안재영 기자

2022년 01월 23일(일) 20:01

낭떠러지처럼 뚫린 붕괴 건물 지난 2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이 언론에 공개된 가운데 처참한 붕괴 건물 내부가 낭떨어지 처럼 뚫려있다.<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2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내부가 최초 공개됐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취재진에 따르면 건물 내부는 ‘지뢰밭’을 연상케 했다고 한다.

곳곳에 금이 간 벽면과 위태롭게 매달린 콘크리트 잔재들에 작은 충격이라도 전해진다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문희준 소방서장과 취재진, 구급대원 등 11명은 이날 11시07분께 차단선을 넘어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에 진입했다.

바깥에는 전기선을 비롯한 각종 자재가 쌓여있었고 공사 개요판과 ‘금일 위험 작업 현황판’ 등이 설치돼 있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시멘트 분진이 휘날려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고 한다.

두 사람만으로도 꽉 찰 정도로 비좁은 계단에는 세로로 펼쳐진 그물망이 안전 펜스를 대신하고 있었다.

계단에는 비상 시 구조대원들의 탈출을 돕기 위한 불빛 안내선(라이트 라인·Light line)이 설치돼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이를 ‘생명 줄’이라고 표현했다. 아래층은 붕괴 충격이 미치지 않아 평범한 아파트 공사 현장과 다름없었지만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처참한 붕괴 현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천장은 곧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아래로 불룩 튀어나와 있었고, 온전해 보이는 바닥도 언제든 꺼질 수 있어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딛어야만 했다고 한다. 이곳을 지나 도착한 20층엔 ‘최후의 일인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와 함께 상층부 수색을 위해 마련된 전진지휘소가 보였다.

붕괴가 간신히 멈췄던 23층 이상부터는 잔해물이 깨지고 휘어진 상태로 가득 쌓여있었다.

내부 거실은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자칫 발을 헛딛을 경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 보이기도 했다.

25·26층의 경우 외벽이 속절 없이 무너져 내려 정확한 층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16개 층이 한꺼번에 아래로 무너진 탓에 겹겹이 쌓인 잔해물들은 어떻게,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보였다.

지난 20일 이 현장을 먼저 살펴본 가족들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 것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었다.

낭떠러지처럼 끊겨버린 붕괴 지점 주변은 구조대원들이 특수 갈고리를 이용해 정리한 뒤 접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정해 노란 안전선을 그어둔 곳도 있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구조대원이 잔해물에 발을 헛디뎌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한 조치다.

이날 문희준 서부소방서장은 “무너진 16개 층 중 12개 층에서 잔재물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안전선은 구조기술사들과 논의해 대원들이 설치했다. 실종자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