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작가 ‘신선의 익음’展…4월1일까지 ACC디자인호텔갤러리 캔버스에 펼쳐진 고뇌의 자작나무 숲 오랫동안 색을 섞고 버리며 완성한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익음의 중후함’ 화폭에 담아내 최명진 기자

2022년 01월 24일(월) 19:04

신선 作 ‘자작나무’

‘온갖 나무 사이에서도 순수함과 정열을 잃지 않고 고고한 자태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자작나무’

자신만의 빛깔과 조형언어로 자작나무의 의미를 오롯이 화폭에 담아내며 ‘익음의 중후함’을 드러내는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4월1일까지 ACC디자인호텔갤러리에서 열리는 완도 출생 신선 화가(호남대 초빙교수·사진)의 개인전이다.

‘신선의 익음’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독특한 색채로 표현한 26점의 자작나무 그림을 선보인다.

작가는 2017년 러시아 여행 중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길을 따라 펼쳐진 자작나무 숲을 마주했다.

당시 작가에게 자작나무 숲은 아름다움보다는 살려달라는 아우성으로 느껴졌다. 이는 옛 소련 지역에서 강제 이주를 당한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와 맞물려있기도 하다.

작가는 추방당한 한국인들의 고통이 ‘자작자작’ 기차 레일을 가는듯한 한스러움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이처럼 깊이 각인된 자작나무 숲은 작가를 강원도 원대리로 향하게 했다. ‘철저한 고독이 창작을 일으킨다’는 말처럼 그곳에서 가진 고독의 시간들은 작가와 자작나무 영혼들과의 대화로 이어졌다.

자작나무는 예로부터 많은 묵객들의 탐미와 예찬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 클림트 등 화가들의 자작나무에서도 그들만의 고유적 작품성이 드러난다. 그리기가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인 만큼 작가는 작업에 매진하며 시종 물총새의 배를 가르는 심정으로 임했다고 말한다. 이는 오직 작가만의 색깔로 자작나무를 완성시키겠다는 일념에서다.

신 작가는 “자작나무는 작가로서의 커다란 변화이자 탈피의 길목이었다. 기쁨과 청순함 그리고 ‘까레이스키의 슬픔’이라는 고귀한 숲덩어리를 캔버스에 펼치게 했고, 고뇌의 숲으로 나를 인도했다”며 “홀로 있는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하고,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입체적 환상을 보여주는 절정의 하모니는 내게 도사리고 있는 화가의 염색체를 더욱 자극했다. 앞으로도 나만의 고유한 색깔과 구도가 담긴 작품세계를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선 작가는 완도에서 태어나 호남대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를 수료했다. 10여차례의 개인전과 지중해아트페어국제교류전(터키·그리스), 한·중 국제 미술교류전 등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과 전남도미술대전, 광주시미술대전 등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과 대한민국남농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미협 이사를 맡고 있으며, 한국미협, 전우회, 광주사생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