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문화살롱] 조익문 前 농어촌공사 상임감사 문화예술 광주, 시민의 시선으로 보다 삶 속 감동은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편향된 사고, 편중된 예산…문화 소비자 계층·장르간 역차별 우려 다양성의 시대가 요구하는 살아 숨쉬는 문화 소프트웨어 충실해야

2022년 01월 25일(화) 19:03

문화예술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도록 한다. 문화예술과 함께 더불어 삶을 영위하는 자는 창의적이며 어떤 난관에도 그것을 이겨 나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를 우리가 가질 수 있게 공급한다.

급변하는 시대, 상실의 시대, 우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도시를 걷는 행인들과 자주 마주친다. 무엇이 그들의 표정을 빼앗아 가버렸을까? 누가 우리의 환한 미소를 콘크리트화시켰을까? 작금의 시대 억척같이 살아내야 하는 우리의 삶이, 나 자신이, 이 사회가 만든 어두운 터널이 아닐까 생각된다.

바쁜 삶 속에 차 한 잔의 여유와 클래식 음악을 통해 자신을 성찰해보는 조익문 전 농어촌공사 상임감사와 함께 클래식 음악 이야기, 광주의 문화예술을 함께 이야기하려 한다.

그는 숙면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세 시간 이상을 클래식 음악과 동행하고 있다 한다. 특히 요즘 베토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베토벤의 소품부터 시작해 가곡, 협주곡, 교향곡까지 다양한 연주자의 음악을 경청하며 베토벤의 삶까지 열독하며 지낸다고 전한다.

조익문 전 농어촌공사 상임감사가 가장 사랑하는 음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포즈를 취한 필자.

그는 세상을 바꾸는 힘을 음악을 통해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음악 안에 펼쳐지는 하모니와 불협화음 그리고 기교를 우리의 삶이라 이야기한다. 베토벤 음악의 장대하고 단호한 결말과 같이 자신도 삶의 4악장 피날레를 멋진 울림의 감동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음악 안에 펼쳐지는 빠름과 느림의 미학, 그리고 자만과 겸손이 마치 삶과 같다. 음악에 표기된 악상을 보자면 ‘슬픔을 가지고’, ‘웅장하게’, ‘우아하게’, ‘노래하듯이’, ‘즐겁게’ 등은 자신이 걸어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모습을 견줘보게 한다고 전한다.

베토벤 음악은 항상 자신에게 “용기를 가져라”, “슬퍼해라, 하지만 다시 웃어보자”하며 자신을 격려한다고 조 전 감사는 이야기한다. 베토벤이 전하는 불굴의 삶이 담긴 음악은 조익문 자신에게는 항상 감동이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로 인해 끊임없는 행복같이 분출된다고 한다. 어느 날 그가 만난 음악이, 베토벤이 자신의 가장 멋진 동반자가 돼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음악에서 불협화음은 지속 가능한 멋진 음악이 될 수 있고, 또는 지루함을 극복시키게 하기 위한 과정의 도구로 삶 속에서는 발전을 위한 논쟁으로 비견되며 이러한 결론은 불협화음의 안정된 삶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나타나게 만든다. 우리 광주도 마찬가지다. 곳곳에 일어나는 잡음 역시 이것을 혼란만으로 보지 않고 긍정의 결과 도출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보는 미학적 접근이 필요할 듯하다. 음악은 이렇듯 우리에게 긍정의 메시지와 더불어 삶의 농익음을 알 수 있게 하는 감성의 마법을 펼친다.

음악감상실 ‘베토벤’에서 좋아하는 음반들과 함께하는 조익문 전 농어촌공사 상임감사.

사라져가는 광주의 옛 명소들이 클래식 음악처럼 보존되길 조익문은 희망한다. 그는 30여 년간 광주 클래식 음악 감상 메카로 알려진 음악감상실 ‘베토벤’을 자주 찾는다. 사무실이나 집에서 만나는 클래식 음악과 이곳에서 광주시의 전경을 바라보며 듣는 음악은 남다르다 전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광주에 남은 유일한 클래식 음악감상실은 ‘베토벤’이라는 것이다.

‘베토벤’에서 바라보는 엔틱한 광주는 사라지고 창가에 하나둘 늘어가는 고층 아파트는 우리삶의 문화와 자연의 조화를 단절시키고 있다 이야기한다. 이러한 단절은 보이는 도심의 모습뿐만 아니라 획일화되고 이슈에 따라 변하는 광주 문화정책의 난맥을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것이다.

편향된 생각은 문화의 다양성을 보지 못하게 하고 편중된 예산 활용은 문화 소비자 계층 간, 장르 간의 역차별을 불러온다고 볼 수 있다.

한 분야에 편중된 정책을 통해 소외되는 다른 분야의 상대적 박탈감이라든지, 대세인 MZ시대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소외되는 다른 세대가 바라는 문화의 이면은 지방정부와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모습 속에 편리함과 유행이라는 유혹 때문에 지켜야 할 우리의 추억이, 우리의 낭만이 사라진다면, 참 멋쩍은 인생살이 재미없는 도시가 아닐까?

조익문 전 농어촌공사 상임감사와 베토벤 음악감상실 대표.

조익문은 클래식 음악을 듣기 위해 작은 음악회, 살롱 음악회를 찾는다고 전한다. 대형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장대한 무대도 좋지만, 연주자와 깊은 교감을 통해 얻는 만족도가 훨씬 크다고 한다.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연주자의 기교와 더불어 연주자가 전하는 음악에 담긴 철학 이야기 등은 좀 더 깊이 있는 음악 이해에 도움이 되며 이러한 작은 문화공연을 광주 곳곳에서 접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전한다.

조익문은 “무엇보다 하드웨어적인 도시문화 건설이 아닌 문화 소프트웨어가 충실한 광주가 되길 바랍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다양한 문화와 세대 간의 요구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장소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공간을 필요한 장소로 바꿔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한정적 자본을 가지고 만족하려면 ‘베토벤 음악감상실’같은 공간을 이용하고 지원해가는 것도 공공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네요”라고 문화 행복 광주를 위한 공공 역할을 이야기했다.

<최철·조선대 문화학과 초빙 교수>

작금의 시대 문화계는 변화 속에 문화예술에 대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접근 방법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매개자인 공공의 역할은 생산자인 예술가 중심의 지원사업을 이제 지향하고 프리젠테이션 식의 일방적 감상 위주의 공연예술문화에서 탈피해 소비자와 새로운 소통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와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만들어지길 바라며,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는 소규모의 다양한 공간에 대한 지원을 통해 광주가 문화로 들썩이며 살아 움직이길 소원한다. 광주에 오면 골목마다 만날 수 있는 문화 난장을 통해 낭만 도시로 예술 도시로 거듭나기를 소원한다. 답답하게 쌓아 올린 콘크리트 건축물 사이에 행복의 감로수가 흐르게 문화나무를 심어보자.

너와 내가 감동하고 우리 주변이 감동하는 행복한 광주, 바로 문화가 답이다.


Tip. 2022년 필자의 다짐

그동안 필자는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을 생산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기고했다. 문화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모습을 산고의 고통과 이후 완성작을 앞에 둔 작가의 희열과 아쉬움의 탄식을 함께 지켜봤다. 그리고 창조작가가 느낀 모습을 통해 예술의 위대함을 직시했다. 이제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보려 한다. 더 나아가 문화의 난장에 함께 춤을 추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경청하려 한다.


Tip. 베토벤 음악감상실 - 광주사람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 주던 ‘음악쉼터’

3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광주의 역사, 충장로의 역사와 함께 한 고전 음악감상실 베토벤은 광주의 명소로 꼽힌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금향빌딩 6층에 자리한 베토벤은 1982년 문을 연 뒤 광주사람들의 지친 영혼을 달래 주던 ‘음악쉼터’다.

무등산을 바라보며 클래식 음악과 따뜻한 차 한잔을 나눌 수 있는 공간, 여기저기 남아 있는 옛 물건과 따뜻한 정취는 광주가 지켜야 할 장소로 의미가 깊다. 어려움으로 몇 번이나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 때마다 시민들과 음악 애호가들의 지원으로 버텨온 베토벤, 이곳에는 시민들의 정성과 사랑, 그리고 감동의 역사가 함께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