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임플란트 의료보험 확대 대선 공약으로 / 김재홍

2022년 01월 26일(수) 19:30

김재홍 상무스타치과병원 이사

최근 여당 대선 후보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어르신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공약을 내세워 ‘핫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탈모로 고민하는 젊은층, 치아로 고민하는 어르신을 겨냥하기 위한 표심 공략으로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치망순역지(齒亡脣亦支)이란 말이 있다. 꼭 필요한 것이 없으면 안될 것 같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살 수 있다는 우리말 속담이다. 임플란트가 출현하기 전 우리 조상들은 치아가 빠지면 잇몸으로 음식을 먹었다. 음식은 씹으면서 맛을 느끼는데 잇몸으로는 음식을 먹다 보니 맛은 물론 오믈오믈 하면서 음식을 삼키다 보니 건강도 안좋아지고 결국 장수하지도 못했다.

우리나라에 임플란트가 처음 도입된 시기는 1960년대이고, 본격 상용화는 1990년대 부터였다. 지금은 임플란트가 많이 대중화돼 나이들어서도 큰 걱정없이 음식을 잘 먹을 수 있지만, 아직도 경제력이 약한 어르신들은 비싼 비용 때문에 틀니나 무방치로 지낸 분들이 많다.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 도입은 2014년 시작되어 2015년 70세, 2016년 65세로 조금씩 대상이 늘어났고 본인 부담금도 50%에서 30%로 내려 평생 2개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치아가 타 질환 못지않게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 적용 시기도 늦었고, 개수 또한 제한적이다. 현재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 항목은 임플란트, 틀니, 스케일링, 치아 홈메우기 등 4종목이다.

치과계에서는 ‘2080 운동’이란 말이 있다. ‘80세까지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 나이별 평균 잔존 치아를 보면 50대 24.3개, 60대 20.6개, 70대 이상 13.4개로 50대부터 치아가 급격히 빠지기 시작해 60대에서 70대로 넘어가면서 치아가 절반 정도 손실된다.

어르신 구강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 음식을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몸 전신 질환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본도호쿠대학 국제치과보건학 연구팀은 치아상실 등 구강건강 상태가 나쁘면 치매 발생 위험이 14%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미국 뉴욕 대학교 연구진은 치아 상실과 치매 발생의 연관 관계를 연구에서 치아 손실이 많은 성인의 경우, 인지 장애 발병 위험이 1.48배, 치매 진단 위험이 1.28배 더 높다고 보고했고, 치아가 상실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은 1.1%, 인지 장애 위험은 1.4%씩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치아가 없는 것과 치매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의아할 수 있지만 씹는 것과 뇌의 활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식을 꼭꼭 씹고 삼키는 것은 뇌를 활성화 시키는 중요한 작용이다. 위 아래 치아 사이에 음식물을 넣고 반복해서 씹으며 잘게 부술 때 가해지는 힘은 치아에서 치근, 치근막, 치조골의 순서로 전달되고 턱뼈에도 힘이 가해진다. 이러한 자극은 뇌에 전달되어 두뇌기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결국 잘 씹으면 소화 기관에 부담을 줄여 위와 장 건강을 유지해 전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기억력 강화에 도움이 되어 노인성 치매 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통계청 인구 총 조사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20만명, 2024년 1000만명이 넘고, 2049년에는 1901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이 2025년 20.0%로 초 고령사회에 접어든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만큼 의료보험 적용 체계도 여기에 맞춰 재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어르신 치아의 경우 현재 임플란트 의료보험 적용 시기가 65세로 너무 늦고, 그것도 본인 부담 30%에 개수 또한 평생 2개로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여당 대선 후보가 임플란트 건강보험을 확대를 공약하고, “임기 내 6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개수를 현행 2개에서 4개까지 확대하고, 건강보험 적용 연령도 현행 65세 이상에서 60세 이상까지 단계적으로 하향하겠다”고 공약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치아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모든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확정해 주길 바란다. 보험 혜택 개수도 늘리고, 적용 연령도 치아가 나빠지는 50세 이후로 더 앞당겨야 한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어르신들도 치아 걱정없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