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획기적인 산업재해 예방정책 마련 기대 / 김다정 |
| 2022년 01월 26일(수) 1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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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광주 해양에너지에 근무하던 청년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등졌다.
그리고 2022년 1월 현대산업개발 화정동 아이파크 건설현장이 무너졌다. 내부에서 일하던 노동자 1명이 부상을 입고 6명이 실종되는 큰 참사였다.
하루 6명, 한 해 2020명 산업재해로 일터에서 생을 달리한 이들의 숫자다.
누군가 죽는 일터, 우리는 언제까지 일하다 죽어야 할까.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노동자였던 故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로 사망 했다.
대통령에게 비정규직을 만나자는 피켓을 들고 찍었던 인증 샷은 그의 영정이 되어 돌아왔다.
이후 2019년 1월 ‘김용균 법’ 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었으나 위험작업을 하청에 떠넘기는 것에 큰 제약이 없었고, 사고 이후 원청의 책임은 가벼운 법이 되어 일터의 노동자를 지키지 못했다. 원청의 책임을 강력하게 묻고 처벌하며 산재사고 뿐 아니라 사회적 참사까지 재해의 범위를 넓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와 움직임이 이어졌다. 법안 대표발의자를 포함한 의원들의 단식과 농성이 한 달가량 이어졌으나 결국엔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3년 유예 등 반쪽짜리 법안으로 노동계의 질타를 받았다. 시행령 날짜가 발표되자 김앤장 등의 대형로펌은 고용노동부 출신의 노무사들을 섭외하여 산업재해 전담팀을 꾸리고, 재계는 ‘억울하게 감옥 갈 CEO 쏟아낼 것’ 이라며 보수언론을 앞세워 호소하고 나섰다.
2021년 9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월부터 9월까지 사고 재해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인 7640명이 더 증가했다. 이외에 사망자수, 사망만인율, 요양재해율, 요양재해자수 등 대부분의 산업재해지표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소폭 증가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금의 일터에는 재계가 말하는 ‘억울한 CEO’ 들보다 여전히 ‘살 수 있었지만 죽는 노동자들’ 만 있을 뿐이다.
재계의 로비와 정부의 관료중심적인 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은 후퇴된 채로 제정되었다.
그러는 사이, 건설업계 9위의 명성을 자랑하는 HDC 현대산업개발은 1년이 채 안된 사이 광주에서 총 2건의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 법의 적용 범위를 사회적 참사로 확대 하자는 원안의 내용이 삭제되지 않았다면 학동참사와 같이 일터의 사고가 곧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사고로 다가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사고 이후를 처리하는 법이 아니다. 산업재해를 미리 예방하는 법안이다.
시행령을 이틀 앞두고 있는 지금, 산재예방을 위한 예산확보를 통해 실효성 있고 획기적인 정책으로 수정보완해가야 한다. 노사정이 합의한 산재예방 대책을 이행하고 50명 미만의 중소사업장들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하여 원안의 핵심이었지만 삭제되어버린 발주자·감리자 의무, 실효성을 되살리기 위한 경영책임자 정의 등 보완입법 및 개정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사건사고는 늘 예측 불가능하다. 예측 불가능할 지언정, 예방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살 수 있었던 사람들, 그들의 무고한 죽음을 지고 중대재해법이 힘겹게 한 발을 뗀다.
재계는 법적 처벌을 회피할 수단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안전보건역량을 강화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이에 맞추어 획기적인 산업재해 예방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