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극예술연구회 연극 통해 ‘학동 참사’ 재조명 “잇따른 건물 붕괴사고서 교훈 얻어야” ‘아름다운 사인’ 특별 공연…피해자·유가족 위로 “아픔 기억하고 개선 목소리 낼 때 사회변화 시작” 강승희 수습기자

2022년 02월 02일(수) 19:44

조대극회가 지난달 21-22일 광주 동구 궁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아름다운 사인_덩달아 무너진 세상’을 공연했다. 사진은 조대극회 단원들이 연극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참사를 겪고 남겨진 우리가 그 사건을 기억함으로써 해결과 개선의 목소리를 낼 때, 사회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동 참사가 일어난 지 7개월 만에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광주시가 잇따른 건물 붕괴사고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며 건설 현장을 둘러싼 법 제·개정을 두고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조선대학교 극예술연구회(이하 조대극회)가 지난 1월 21-22일 총 4회에 걸쳐 진행한 연극 ‘아름다운 사인_덩달아 무너진 세상’(이하 아름다운 사인)을 통해 학동 참사를 재조명했다.

조대극회 관계자는 “최근에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일어나 학동 참사가 다시 언급되고 있지만, 연극을 준비할 당시에는 학동 참사에 대한 관심이 줄어 잊혀지고 있다고 느꼈다”며 “광주시민으로서 참사 피해자분들과 유가족분들께 위로를 전하며 사건을 기억함으로써 건설 현장의 비리·불법 재하도급 등 문제점들이 해결되길 바라고, 이를 통한 교훈을 얻기 위해 이번 특별 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조대극회의 ‘아름다운 사인’은 장진 감독의 희곡 작품 ‘아름다운 사인’을 각색한 연극이다. 원작에서는 죽음에 대해 다양한 사연을 가진 7구의 시체가 등장해 각기 다른 사인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6구의 시체와 1명의 검사관이 등장하는 것으로 각색했다. 학동 참사가 발생한 그날의 이야기와 더불어 미래를 위해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는 청년·청소년의 삶과 죽음 뒤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세대 간 화합을 이루는 모습도 표현했다.

각색을 맡은 임채빈 학생은 “죽음에 ‘아름다움’을 붙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원작은 죽음을 통해 남겨진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그 죽음을 아름답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학동 참사를 겪고 남겨진 우리가 이 사건을 기억하고 진상규명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할 때, 위로가 되고 아름다운 사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연출을 맡았던 손대현 학생은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고려해 장면 연출에 신경 썼고 사실을 포함한 대사는 배우들에게 대본대로 해달라 부탁했다”며 사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준비 과정을 회상했다.

그는 “단순히 학동 참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에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감정이 잘 전달된다면 사고에 대한 내용은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등장인물에 실제 학동 참사 피해자 이야기를 녹여냄으로써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탄 고교생과 수의사 국가시험을 준비하던 여성 등 현실감을 통해 관객과 참사의 거리감을 좁혔다.

조대극회는 학동 참사 관련 전시회도 기획했다. 연극으로 참사의 아픔과 위로를 전했다면, 관람 후에는 전시를 통해 사건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학동 참사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준비했다.

조대극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며 일상과 가까운 우리의 이야기로 연극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고 싶다”며 환히 미소를 지었다.

/강승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