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지역사회공동체를 꿈꾸며 / 서순복

2022년 02월 06일(일) 19:44

서순복 품자주자시민들 대표회장 / 조선대 법학과 교수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인생의 큰 목적과 가치가 행복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행복하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는 이는 드물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가족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는다면 과연 무엇일까? 행복한 사회, 행복한 국가는 어떤 사회와 국가일까? 이상국가는 인간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을 실현하는 국가이다. 묵자는 천하 만민이 모두 남이 아니라 하나의 형제이고 그래서 삶이 평안한 ’천하무인 안생생(天下無人 安生生)‘ 사회를, 노자는 도덕경에서 소국과민(小國寡民)을 이상적인 나라로 제시하였다. ‘나라가 작고 백성이 적은 사회’는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지역사회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궁극적으로 주민들이 행복에 도달하는 사회가 이상사회요 이상국가일 것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국가, 재난이 없는 안전사회가 행복국가의 첫 번째 조건이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갈등이 없고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포용사회가 행복국가의 두 번째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공감한다. 최근 대선후보의 선제타격론과 아파트 붕괴사고로 인해 더 절실한 문제가 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보다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입춘이 지났는데 눈이 왔다. 내 집 앞만 깨끗하게 눈을 쓴다고 동네 아이들의 안전은 해결될까? 가족이 해체되고 혼자 사는 세대가 늘면서, 나이 든 어른이 아플 때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들보다 옆집의 마음 따뜻한 이웃의 손길이 더 유효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실은 옆집 사는 분이 누구인지도 잘 모를뿐더러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본척 마는척 그저 그렇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불신사회다. 층간소음이나. 베란다 흡연 등 사소한 이웃간 분쟁사례는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지금보다 더 행복한 내일을 꿈꾸고 싶다.

동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 골목에 사는 마을사람들이 모여 성인식을 해주고, 동네어른들도 함께 존중의 의미를 담아 그 아이에게 큰 절을 한다면 그 친구의 자존감은 올라갈 것이고, 동네에 관심을 갖게 되고 동네 아이들을 챙기게 될 것이다. 수능시험이 끝난 후 같은 아파트단지 내에 고3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을 모시고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아파트 비율이 전국이 제일이라는 광주에서 아파트 옥상에 마을 텃밭을 공동으로 조성해서 함께 울력해서 유기농 쌈채소로 마을잔치를 하면 어떨까? 밥을 같이 나누는 것은 서로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 위로와 한 마음의 계기가 된다. 아파트가 많아도 너무 많아진 오늘날 아파트에 공동체를 구현해 품앗이와 울력의 저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주차와 쓰레기 문제가 마을에서 가장 해결 1순위이다. 마을에서 해결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의 해결방식이 자원조사도 하고, 이해당사자들과 모여 회의도 하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시범사업도 해보고 시행착오도 거치면서, 주민들의 참여 속에서 주인의식이 생긴다. 자치역량이 절로 커질 리는 없다. 주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고, 마을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공짜는 없다. 시인의 말처럼 대추 한 알이 붉어지려면 때로 태풍도 불고 바람도 맞아야 한다. 마을공동체가 잘 된 경우를 보면 마을에서 현실적 수요가 있는 일부터 한다. 공동육아, 방과후학교, 건강먹거리 생협 등. 마을 공통관심사를 기초로 학습동아리를 통해 신뢰와 연대를 다져가면 좋겠다. 나와 너,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자치조직이 마을대표기구로서 역할을 잘 하고 적극적인 시민참여와 협력으로 모두가 시급해 하는 중요한 공공의제를 발굴하고 실천하면서 민관협력을 잘 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로 거의 모든 것이 유보되어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