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들의 마을정착’ 육아 등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초석 / 정선영 |
| 2022년 02월 07일(월) 1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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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무조정실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 내 사회조사에 따르면 저출생, 고령화, 코로나19 등 다양한 위기와 사회변화로 청년들은 결혼선호도가 감소하고, 여가를 중시하며 안정적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대 간, 세대 내 고용·소득·자산 격차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체되는 등 코로나19로 경제·사회 전반에 상당기간의 악영향으로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세대가 바로 청년세대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적으로 불행한 청년 현실 앞에서 결혼과 출산을 권장하거나 강요하기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기성세대가 결혼을 일종의 시작으로 보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을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 생각했다면, 청년세대는 결혼과 아이를 가지는 일을 어른과 부모가 되기 위한 기반이 아니라 ‘모든 준비가 갖춰진 이후 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실상 취업을 하고 간신히 독립을 하더라도, 월세나 학자금 상환, 자동차 할부 등에 시달리다 보면 모든 것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 근처에 가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기성세대처럼 결혼도 하나의 시작이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고, 육아 역시 낯설고 생소한 경험이지만 그렇게 배워가는 것이라는 관념은 현대의 청년세대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사고이다. 각종 할부, 빚, 이자 등 집을 얻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지는 일로 굳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청년들은 그런 위험을 굳이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소소한 행복이나 쾌락마저 빼앗길 것을 더 두려워한다. 취업도 어려운데 결혼, 출생, 자녀계획 같은 인생의 장기계획은 그들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이야기일 뿐이다.
대개의 동물들을 살펴보면 ‘보금자리’는 새끼를 낳아 키우는 데 필수적이다. 많은 청년들에게도 주거문제는 결혼이나 육아를 하기 전 해결되어야 할 필수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미 결혼을 한 사람에게도 저출생의 원인은 노동시장이나 노동문화와 같은 일자리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최근 세 자녀의 엄마가 된 나에게도 셋째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남편을 포함한 가족 및 친지들의 우려섞인 시선과 맞벌이부부로서 일과 양육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셋째 아이를 출생하기로 결정하고 일과 양육을 모두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돌봄서비스 등의 정부육아지원정책과 함께 가까이에서 돌봐줄 수 있고 아이가 아프거나 양육에 있어 필요한 상황에 언제든지 달려올 수 있는 일자리를 비롯한 양육환경이 마을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저출생뿐만 아니라 주거와 일자리까지 그에 대한 해답이 마을에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비정규직으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에 결혼과 출산, 육아을 생각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마을은 아이를 함께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직장과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마을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움직임들이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마을 공동체에 생기가 돌고,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마을이 살아나고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진정한 인도는 몇몇 도시가 아니라 70만개의 마을 속에 세워져야 한다”며 “마을이 튼튼해야 국가가 바로 선다”고 말했다.
일자리와 주거공간이 공존하고, 다양한 소통을 통해 삶의 관계망을 회복하여 삶의 질이 충족된다면 굳이 다른 곳으로 떠나 살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마을은 바로 우리가 바라는 인구의 미래상이 될 수 있다. 각 마을마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공공돌봄이 활성화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협동조합 등의 다양한 조직의 형태로 마을안에서 청년의 주거와 일자리가 해소된다면 이러한 변화는 그들이 더는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 머물고 지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속가능한 인구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이 청년들의 마을정착에 그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현실적인 정책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