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광양 백운산둘레길 4코스 섬진강에서 백학동으로 가는 길

지리산,백운산은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섬진강을 넘지 못한다

2022년 02월 08일(화) 19:27
광양 매화마을 앞 강변에 서 있으니 지리산과 백운산 자락을 굽이굽이 돌아오는 섬진강의 모습이 유연하다. 지리산과 백운산은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섬진강을 넘지 못한다.
섬진강이 지리산과 백운산을 가르면서 유유히 흘러간다. 하류에 이른 섬진강은 지리산과 백운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합류해 수량도 많아지고 강폭도 넓어졌다. 강변 곳곳에는 백사장이 부드럽게 펼쳐지고 물속 모래까지 그대로 드러난다.

광양 백운산둘레길 4코스를 걷기 위해 매화마을을 찾았다. 백운산둘레길 4코스는 매화마을에서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섬진강은 언제 봐도 좋지만 겨울에 만난 섬진강은 단출하고 고요해서 좋다.

무채색을 이룬 겨울 강 풍경이 담백한 수묵담채화를 연상시킨다.

매화마을 앞 강변에 서 있으니 지리산과 백운산 자락을 굽이굽이 돌아오는 섬진강의 모습이 유연하다.

지리산과 백운산은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섬진강을 넘지 못한다. ‘산경표’에서 말한 대로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한 자리만 묵묵히 지키는 산과 끊임없이 흐르는 강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섬진강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강변 언덕에 수월정(水月亭)이라는 사각정자가 있다.

강변 모래밭에는 겨울을 나고 있는 철새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다. 섬진강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강변 언덕에 수월정(水月亭)이라는 사각정자가 있다. 수월정은 조선 선조 때 나주목사를 지난 정설(1547-1643)이 만년을 보내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이곳에 들렀던 수은 강항과 송강 정철이 수월정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기록도 남아 있다.

수월정 옆에는 두꺼비 모양의 섬진진터 석비좌대 4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사 이순신장군이 군사를 매복 주둔시킨 곳이다.

숙종 31년(1705) 근처 섬진나루에 섬진진이라 불리는 수군진이 설치됐다. 이후 1895년 폐쇄되기까지 섬진진에 수백 명의 병사와 여러 척의 병선이 주둔했다.

석비좌대 옆에는 섬진강유래비도 서 있다.

본디 모래내, 다사강, 두치강으로 불리던 이 강은 고려시대부터 섬진강이라 부르게 됐다. 고려 우왕 11년(1385) 왜구가 강 하구에 침입했을 때 광양 땅 성거에 살던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떼 지어 몰려와 울부짖자 이에 놀란 왜구들이 피해갔다는 전설이 있다.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蟾津江)이라 불렀다고 한다.

강변 나루터에는 소형 어선 몇 척이 정박돼 있다. 재첩 잡이용 어선들이다. 광양과 하동 사이를 흐르는 섬진강하류에는 1급수에서만 자라는 재첩이 서식한다. 섬진강 재첩 잡이는 수온이 오르는 4월 중순부터 시작해 장마철과 무더운 여름철 휴식기를 거친 뒤 추석 무렵 재개해 11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강변 나루터에는 소형 어선 몇 척이 정박돼 있다. 재첩 잡이용 어선들이다. 광양과 하동 사이를 흐르는 섬진강하류에는 1급수에서만 자라는 재첩이 서식한다.

광양시 다압면은 하동 땅을 건너보고 섬진강을 따라 흘러간다. 다압면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게 뻗은 면이다.

백운산 둘레길은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지다가 강변도로를 건너 농로로 접어든다. 섬진강을 등지고 산골짜기로 들어선 것이다. 이정표를 따라 가다보니 두 개의 조그마한 마을을 지난다. 광양군 다압면 땅이라서 그런지 마을 이름이 외압마을, 내압마을이다.

백운산 자락 섬진강 줄기를 따라 길게 뻗어 있는 광양시 다압면은 우리나라 최대의 매실 산지이다.

홍쌍리매실농원이 있는 매화마을 뿐만 아니라 다압면의 모든 마을이 매화를 집단으로 재배한다. 외압 내압마을 주변에서도 매화나무가 겨울을 나고 있다.

하천을 따라 올라가는데 오늘 우리가 넘어야할 토끼재가 정면으로 바라보인다.

백운산 둘레길 4코스는 내압마을회관 앞을 지나 산비탈 밭길을 따라 이어진다. 매화나무 밭을 지나자 임도가 나온다. 임도에는 지난 가을 떨어진 밤송이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이곳 다압면에는 매실과 함께 밤나무도 많이 재배된다.

활엽수림 임도를 걷다가 잠시 삼나무 숲을 만나기도 한다. 푸른 삼나무숲이 우리의 마음을 청신하게 해준다. 삼나무 숲을 벗어나자 산 아래로 내압마을이 바라보인다.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이 산, 마을과 함께 어울려 정다움을 더해준다. 마을과 농경지는 산과 강에 의지해 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모든 사물이 서로 의지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존재하는 것을.

내압마을에서 토끼재로 가는 2차선 도로를 건너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단정하게 자란 편백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그윽한 향기를 내뿜어준다. 편백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데 밝은 햇살이 스며든다. 햇살 스며든 편백나무 숲이 차가운 날씨에도 아늑하게 느껴진다. 편백나무의 푸른 잎은 겨울 숲의 삭막함을 덜어준다.
사방이 산으로 감싸인 수어저수지는 산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곡선을 그으며 호반을 이룬다. 호숫가에 자리한 마을이 호수와 함께 겨울을 나고 있다. 수어저수지와 저수지를 둘러싼 산줄기가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여기에 마을과 곡선도로까지 함께하여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편백나무숲길을 빠져나와 토끼재를 넘는다. 백운산 둘레길은 포장된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길 아래로 수어저수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백운산 동남쪽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어치계곡은 하류로 내려와 수어천을 이루는데, 이 수어천에 1974년 수어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사방이 산으로 감싸인 수어저수지는 산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곡선을 그으며 호반을 이룬다. 호숫가에 자리한 마을이 호수와 함께 겨울을 나고 있다. 수어저수지와 저수지를 둘러싼 산줄기가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여기에 마을과 곡선도로까지 함께하여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수어저수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행복을 누린다.

수어저수지 주변과 저수지 위쪽 어치계곡 주변마을까지를 백학동이라 하는데, 백학동에서는 감나무를 많이 재배한다. 수어저수지 옆 비촌마을 주변 밭에도 대부분 감나무가 식재돼 있다. 백학동에 감나무가 많아 백운산 둘레길 4코스를 ‘백학동 감꽃길’이라 부른다.

어치계곡으로 가는 도로가 만나는 토끼재삼거리에서 죽전마을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죽전마을 앞을 지나 한 구비 돌아가니 백운산 남동쪽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수어천과 서쪽 웅동마을에서 내려오는 웅동천이 만나 수어저수지로 흘러든다.
송곳처럼 뾰족하게 솟은 백운산 억불봉이 인상적이다. 백운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티없이 맑다. 백운산 어치계곡은 길이가 7㎞에 이르며 울창한 원시림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과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장관을 이룬다.

수어저수지를 벗어나 어치계곡 입구에 다다르면서 오늘 걷기가 마무리된다. 어치계곡에 놓인 황죽교에서 바라보니 송곳처럼 뾰족하게 솟은 백운산 억불봉이 인상적이다. 백운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티없이 맑다. 백운산 어치계곡은 길이가 7㎞에 이르며 울창한 원시림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과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장관을 이룬다.

지리산에 청학동이 있다면 백운산에는 백학동이 있다. 백학동은 백운산 깊은 오지에 자리한 별천지 같은 곳이다.

마을 앞 정자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이 정겹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감나무 천국 백학동의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옷을 벗어버린 겨울나무들이 자신의 본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듯이 어치계곡을 따라 흘러오는 물도 정제된 상태로 고요히 흘러온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봄이 올 날도 멀지 않았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광양 둘레길 4코스는 섬진강을 등지고 고개를 넘어 억불봉 아래 백학동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하류의 모습을 아름답게 감상하면서 시작된 길은 백운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만든 운치 있는 수어저수지를 만나면서 끝난다.
※코스 : 매화마을→내압마을→토끼재→토끼재삼거리→백학동(황죽교)
※거리, 소요시간 : 7.2㎞, 2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매화마을 주차장(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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