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폭행에도 아들 선처 호소한 90대 노모 재판부 징역 10개월 선고…“母 탄원 참작, 실형은 불가피” 임채만 기자

2022년 02월 08일(화) 20:28

“아들이 감옥 가면 안 돼, 아들 가면 나는 죽어. 아들 나오면 아들은 집에서 살고 나는 요양원 갈라요, 우리 아들 나온 거 보고 죽어야지, 부디 우리 아들 용서해 주시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그 끝이 어디일까. 90대 노모는 자신을 학대한 아들 A씨(65)에게 벌을 내리려는 재판부를 향해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법정은 순간 숙연해졌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수감복 차림의 A씨는 고개를 떨궈 눈물을 훔쳤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7단독(재판장 이호산)은 특수존속협박,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노모의 탄원을 양형에 참작한 판단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16일 오전 11시30분께 광주 북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채 노모의 얼굴에 휴대전화를 던지고, 어깨를 주먹으로 치고, 발로 밟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노모는 제대로 걷지조차 못해 쪼그려 앉아 있던 상태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A씨는 노모를 향해 “귀신이다. 죽어야 한다. 왜 안 죽냐, 죽여 버리고 나도 교도소 가면 된다”고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특히 A씨는 앞서 노모를 폭행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A씨의 범행은 때마침 집을 방문한 요양보호사에 의해 목격됐고, 이윽고 범행을 제지받게 되자 흉기를 꺼내 들어 요양보호사와 노모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노모는 A씨가 수감복 차림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앙상한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제대로 발음조차 할 수 없는 목소리로 재판부를 향해 선처를 목놓아 외쳤다.

노모는 “아들이 교도소에서 나와야 밥을 먹지 안 그러면 밥이 안 넘어가, 아들이 나와야 밥을 먹을란가 모르겄어. 아들이 감옥 가면 안 돼”라며 빌고 또 빌었다.

재판부와 법정 경위도 이런 노모의 모습을 한동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모의 호소에도 저지른 죄과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살 되던 해부터 술을 마신 상태에서의 각종 범행 등 수많은 전과를 지니고 있어, 피고인의 어머니가 겪어 온 고난의 세월이 저절로 연상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안정적인 직장도 모아놓은 재산도 없는 상태에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고, 이 사건 범행 또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음주 후 폭행 관련 범행을 반복하고 급기야 노모를 상대로 다시 폭행을 행사한 것은 그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고, 누범기간 중의 범행으로 더 이상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다”면서도 “아들에 대한 선처를 외치던 어머니의 탄원을 양형에 참작하지 않을 수 없어, 이를 고려해 징역형의 범위를 정한다”고 설명했다./임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