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아이파크 이젠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이다

2022년 02월 09일(수) 19:38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최상층인 39층의 바닥에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지던 201동에서 23-38층 16개 층 내부 구조물과 외벽이 한꺼번에 붕괴하면서 내부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상층부에 겹겹이 쌓인 대형 콘크리트 잔해, 추가 붕괴 위험이 곳곳에 상존한 현장에서 유례없던 고난도 수색과 구조가 펼쳐졌으나 모두 숨진 채로 수습됐다. 사고 발생 29일째 만이다.

앞서는 지난해 6월 학동 재개발사업 부지 내 철거 중이던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공교롭게 같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당시에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연이어 터지는 대형 참사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현실이다.

이제는 화정아이파크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경찰의 수사에도 탄력이 붙기를 바란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과실이 드러나는 대로 엄중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등록말소 등 강력한 제재로 분명하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시는 당장에 안전진단 등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 사업계획 승인 및 관리 감독 관청인 서구청, 입주예정자협의회, 시공사, 감리단 등이 협의해 안전진단전문기관을 선정, 정밀진단을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철거나 공사 재개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하니, 주목된다. 아울러 영업을 못하고 있는 인근 상인들에 대한 보상 협상까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조에 사력을 다한 소방대원들과 동료를 찾기 위해 나선 근로자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유가족들에게는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한 달만에 마지막 실종자까지 가족 곁으로 돌아왔으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불법 재하도급 관행, 부실한 감리 등 건설현장의 만연한 비리와 부정을 발본색원하는 과제부터 풀어야 한다. 다시는 후진적인 사고가 재발해선 안된다. 한 점의 티끌도 없는 철저한 수사, 그리고 실질적 제도 개선방안까지 지켜보겠다.